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선진사회를 가늠하는 척도다. 선진국일수록 장애인의 사회참여가 높고 기반여건이 잘 마련되어 있다. 정보화 역시 선진국을 평가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정보화의 발전은 선진사회로 가는 필수요건이라 하겠다. 그래서 진정한 선진사회는 일반인 못지않게 장애인에게도 정보화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혜택과 기회를 부여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보화 추진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너나 할 것 없이 정보화를 부르짖지만 장애인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보화는 아직까지 너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산원이 얼마전 조사발표한 「장애인의 정보통신기술 이용현황과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는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대 PC통신 가입자 2백만명 가운데 장애인은 3천3백68명으로 전체 장애인 대비 가입률이 0.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일반인 가입률이 전체인구의 4.74%인 데 반해 장애인은 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장애인의 심각한 정보소외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장애를 딛고 일어서야 할 이들에게 정보화가 또 다른 장애요인으로 거추장스럽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정보소외 현상은 장애인을 위한 특수기기나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미흡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이로 인해 정보통신서비스에 접근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보통신부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기나 응용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갖춰야 할 기능이나 접속조건 등을 규정한 「장애인 등을 위한 정보통신 접근성 지침(안)」을 마련, 이를 반영키로 한 것은 뒤늦게나마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앞으로 나오는 정보통신기기는 기본적인 입출력 모드 이외에 사용자의 장애유형에 따른 부가적인 입출력 모드를 적어도 하나 이상 갖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어 및 청각 장애인이 전화기를 이용할 때 문자나 수화로 입력할 수 있는 기능과 시각장애인이 PC를 이용할 때 음성으로 입력하는 기능 등을 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응용 소프트웨어도 장애특성에 따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동일한 운용체계에서 사용되는 응용 소프트웨어는 동일한 조작절차와 동작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또 콘텐츠의 경우 음성과 동시에 텍스트를 갖추는 등 대체 설명수단과 대체 표현수단, 대체 선택수단 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이번 지침에 제시되어 있다.
물론 이 지침대로 정보통신기기를 만들 경우 생산원가의 상승이라는 비용증가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공청회 등의 여론수렴 과정에서는 기업체와 학계, 관련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이번에 마련된 지침시안에 생산원가의 상승문제를 적절히 반영하는 지혜를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비용이 증가한다고 해서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신체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장애인들이 정상인과 대등하게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정보통신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기기의 배려는 선진국의 개발사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IBM의 경우 제품설계에서부터 장애인을 위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고 장애인 개개인을 위한 정보통신기기까지 실비로 만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정부차원에서 지난 95년과 96년 각각 장애인을 위한 정보처리기기 접근성 지침 등을 제정하기 이전부터 민간기업에서 이러한 배려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정보통신서비스와 기기는 단순히 의사를 소통하는 도구에서 정보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로 인한 정보통신의 이용제한은 곧 사회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 정보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라나라도 정부는 물론 기업이 앞장서 장애인을 위한 배려와 기술투자에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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