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전자산업의 박항묵 부장은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무척 바쁘다. 한양전자산업이 지난해 말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9백MHz 대역의 무선마이크 「LM-900」에 대한 구입문의가 전국 각지에서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국산이 외산보다 비싸다』며 항의 아닌 항의를 하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문의자들은 별 말없이 한양전자산업의 무선마이크를 선호한다.
이들은 대부분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PA용 장비를 판매하는 대리점 관계자들이나 공연장에 음향시설을 설치해주는 전문가들이다. 실제 마이크를 사용하는 「무대 위」의 소비자들이 『한양전자산업의 무선마이크를 사용할테니 꼭 구해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에 외산보다 30만원 가량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양전자산업의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한양전자산업은 올 연말까지 약 1천5백대 가량의 무선마이크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무선마이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판매를 자랑하는 독일 제나이저가 우리나라에서 연간 판매하는 판매대수와 맞먹는 수치이다. 그만큼 방송국이나 공연업체 등 무선마이크 사용자들에게 한양전자산업의 제품이 많이 알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산 가운데에서도 특정업체 아니면 감히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운 무선마이크시장에서 이처럼 한양전자산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회사 기술영업부의 노력이 컸다.
박 부장은 『생방송이나 대규모 오페라, 라이브 공연 등에서 무선마이크가 조그만 잔고장이라도 내면 방송이나 공연 자체를 망치기 때문에 품질이 확실한 특정업체 제품 아니면 사용을 기피한다』며 『지난해 말 처음 영업에 나섰을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국산인데다 품질도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예 시험사용도 거부한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박 부장은 『보다 철저한 품질을 꾀하기 위해 제품을 수시로 보강했으며 특히 공연장비를 전문적으로 임대해주는 KM이란 업체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말 공연장비를 설치해주는 이 회사 직원들과 함께 전국을 순회하며 3개월 가량 일요일도 없이 뛰어다니며 현장 테스트를 했다. 개발실에서는 전혀 문제없던 제품이 실제 공연장에서 다른 기기들과 함께 사용되자 여러가지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한양전자산업의 무선마이크는 지난해 12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됐던 「빠담 빠담 빠담」에 사용됐으며 현재 국립극장, 부산문화회관, 춘향문예회관 등 대형 공연장과 삼구홈쇼핑, 삼성전자, 주한미군방송 등의 대형소비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박항묵 부장은 『단지 국산품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던 소비자들보다는 관심을 갖고 애정어린 비판을 해준 소비자들이 많아 경쟁력있는 제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며 『내년엔 ENG카메라용 수신기 등의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무선마이크사업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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