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EU, 아시아산 카오디오 반덤핑 조사 배경과 대책 (상)

유럽연합(EU)이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4개 국가들의 對유럽 카오디오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92년에 이은 두번째로 92년 당시에는 EU가 한국산 카오디오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매겨 국내 중소업체 대다수가 도산하는 등 카오디오산업의 뿌리가 흔들렸다. 업계에서는 EU의 이번 조치에 따라 우리나라 카오디오산업의 존망이 달려 있다고 여기고 있을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EU의 카오디오 덤핑조사와 관련한 국내, 외 업계 및 정부의 대응 등을 2회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 9월12일 EU집행위는 유럽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필립스, 블라우풍크트 등으로부터 아시아의 4개국이 유럽에 카오디오를 수출해 역내 전자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덤핑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제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EU집행위는 지난 10월15일 반덤핑 자문위원회를 개최해 이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반덤핑 자문위원회에서 필립스의 제소를 지지한 국가들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스 등 4개국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제소장에 열거된 대상 품목들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EU집행위원회는 필립스의 제소요청을 받아들여 덤핑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EU집행위원회가 덤핑혐의 국가로 지목한 나라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대만 등 4개국. 구체적인 품목은 CD 또는 미니디스크(MD)가 부착된 카오디오 시스템 및 디스크 튜너, 디스크 콘트롤 유닛, 디스크 체인저 등 그 구성품들이다.

필립스가 문제로 삼고 있는 차량용 CDP 관련제품은 최근 카오디오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유망 품목으로, 특히 일본과 중국이 이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첨단기술과 품질을, 중국은 싼 가격을 무기로 각각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카오디오 업체들은 일본과 비교해선 기술력이 떨어지고 중국과 비교해선 가격이 비싸 대유럽 수출물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의 대EU 카오디오 수출금액은 7천8백8만2천달러였으나 올해엔 9월말 현재 3천7백32만6천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LG전자는 카오디오부문에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올 하반기부터 유럽 수출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필립스의 반덤핑 제소가 일본과 중국업체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특히 CDP의 경우 대다수 국가들이 핵심부품인 데크메커니즘 등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CDP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할 경우 가장 피해를 당할 국가가 일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립스가 일본과 중국을 겨냥해 반덤핑 제소를 했더라도 우리나라에 미칠 피해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2년 EU가 차량용 카세트 플레이어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도산하는 사태를 야기했으며 일부 대기업들의 유럽진출 포기현상까지 유발했다. 업계에서는 EU의 이번 조치로 다시 한번 국내 카오디오 산업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이번 EU의 조치로 국내 업체들이 유럽시장을 포기할 경우 미국과 중남미 시장에 눈을 돌린 국내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져 결국 제살깎기식 출혈 경쟁이 재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카오디오업체들은 뾰족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EU집행위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92년 당시 우리나라와 일본이 덤핑 혐의 국가로 지목됐으나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반덤핑 관세 대상에서 빠져나갔으나 우리나라는 정부차원의 대책부재로 결국 업체들만 피해를 보게 됐으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안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아쉬워 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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