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주주의 비상임이사 선임권 제한」 규정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기업 사이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신규 전국전화사업에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이 조항의 「위헌 가능성」을 집중 거론하면서 추가 출자 포기, 소송 등의 강경대응 방침을 적극 고려하는 반면 정통부는 개정안 시행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어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행령 입법예고 이후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 전국 전화사업에 지분을 출자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전자, 대우통신, 한전 등 주요주주들은 최근들어 잇따라 실무급 및 임원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는 등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전화사업자의 비상임이사 선임권을 둘러싼 다툼은 정통부와 통신사업자간의 문제에서 현 정부와 재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신규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주요주주업체인 삼성, 현대, 대우, SK 등은 주요주주협의회를 잇따라 열어 이번 입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작성, 국회 등 관계 요로에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하나로통신 주요주주협의회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이 우선 입법절차와 법률 내용 모두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는 한편 이동전화 등 다른 통신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집중 거론키로 했다.
주요주주협의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에 민간의 자율성을 불어넣기 위해 선정한 민간통신사업자를 기존의 잣대로 정부의 장악 아래 두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면서 『문제가 된 조항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자본금 추가 증자를 포기하는 등 강경 대응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내년 말까지 총 1조4천억여원의 추가 증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전체 지분의 30% 이상을 가진 하나로통신 주요주주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하나로통신 사업의 중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3국제전화 사업자인 온세통신의 주요주주들로 구성된 경영협의회도 이 문제와 관련한 모임을 잇따라 갖고 변호사를 통해 법률적인 검토작업을 벌이는 등 법적 대응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온세통신 경영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주주들의 비상임이사 선임권 제한은 법률적으로 주주들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 조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혀 강경 대응방침을 시사했다.
특히 하나로통신의 주요주주협의회와 온세통신의 경영협의회는 이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임이사 선임권을 둘러싼 재계의 반발은 수그러들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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