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27);마이더스

차세대 「꿈의 미디어」로 통하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시장을 둘러싼 전세계 선발 PC업체들간의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벤처기업이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 자리잡고 있는 마이더스(대표 황인헌)가 바로 그 회사다.

지난 9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최근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자체개발한 DVD 통합보드(모델명: 뮤렉스 프리미어)를 첫 선을 보이면서 관심을 끈 업체. 첫 선을 보인 DVD통합보드에 대해 전문가들의 호평이 잇따르자 창업투자회사 관계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앞다퉈 이 회사에 자본 투자 상담을 하고 있는 것. 방문 요청을 폭주할 정도라는 것.

이 회사가 개발한 통합보드는 DVD, 팩스모뎀, 비디오편집, 3차원 그래픽 등 무려 11개에 달하는 기능을 하나의 칩에 담은 것. 때문에 이를 PC에 설치하기만 하면 PC로 영화관 수준의 선명한 영상과 3차원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DVD 통합보드에 관한 한 마이더스사의 기술력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이유는 우선 국내, 외 주요 주변기기업체들조차 기껏해야 3∼4가지 기능만을 수행하는 DVD 통합보드를 그것도 최근 개발했을 뿐 아니라 이제서야 전시회 등을 통해 선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1가지 기능을 통합한 「뮤렉스 프리미어」는 전시회기간 내내 관련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끈 것은 당연한 것. 이를 개발한 마이더스도 하루 아침에 국내 벤처업계의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등장, 오랫동안 달고 다니던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국내 벤처업계 사정에 밝은 몇몇 벤처 금융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회사가 탄탄한 기술력에다 해외 영업 및 상품기획 능력을 갖춰 착실한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점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망 중소기업을 선정,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키는 업무를 맡고 있는 동양증권의 오제일 금융기획 과장은 『마이더스의 황인헌 사장은 83년 홍익대 금속공학과 졸업과 동시에 당시 국내 전자업계 선주주자로 통했던 동양정밀(OPC)에 입사, 88년 퇴사할 때까지 컴퓨터, CCTV 등의 수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해외 시장을 종횡무진 누빌 정도로 국내 벤처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기술과 해외영업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라며 말하고 『때문에 그가 지난 92년 독립을 선언할 때부터 투자대상 1호로 일찌감치 점찍어 두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마이더스는 이같은 주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자본금 1억원에 직원 5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직원 숫자가 약 1백명으로 출발 초기에 비해 20배 늘어난 것. 설립 첫해인 93년 11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도 올해 이보다 13배 늘어난 1백5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인헌 사장은 이에 대해 『가장 자신있는 분야인 CCTV에 대해 한 우물을 판 것이 적중한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특히 회사 설립 초기 CCTV와 관련한 해외 바이어가 이미 상당수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회사 설립 초기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때 종합상사들로 부터 OEM 방식의 수출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독자 브랜드를 고집했던 뚝심도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잘한 일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설립 2년째 되던 지난 94년 네덜란드의 필립스, 미국의 재블린사 등 외국 유수의 기업들과 CCTV 독점공급 계약을 맺는데 잇달아 성공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회사운영이 일찌감치 본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CCTV 분야에서는 확고한 기반을 잡은 마이더스는 사업다각화로 성장의 밟판을 다지기로 했다. 사업 다각화 분야는 CCTV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상회의시스템으로 결정하고 신기술 개발 경험이 풍부한 김시영 상무를 팀장으로 하는 신규 사업팀을 지난해 초 발족시켰다. 화상회의시스템은 DVD통합보드가 기초가 되는 만큼 당연히 개발 아이템으로 포함될 수 밖에 없었다. DVD 통합보드는 이 신규 사업팀에서 만 1년간의 작업끝에 탄생시킨 「옥동자」라 할 수 있다. 이 때부터 마이더스의 제2 사업 아이템은 화상회의 시스템과 DVD 통합보드가 됐다.

황사장은 이들 품목을 제2의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기존의 CCTV 분야에서 터득한 화상처리 관련 기술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기까지는 기업가적인 욕심도 단단히 한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DVD는 영화관 수준의 화질과 3차원 입체음향을 제공하기 때문에 CD롬에 이어 차세대 기록매체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꿈의 미디어」. 이에 따라 전세계 PC 및 주변기기 업체들이 최근 PC로 기존의 CD롬 대신 DVD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인 DVD 통합보드 개발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이러한 황금 아이템을 신규 사업을 백방으로 찾고 있던 황 사장이 놓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지난 1년동안 시도한 변신 노력이 일단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사장은 『전세계 DVD 통합보드 시장 규모가 올해 3백만대 수준에서 오는 2천년에는 8천만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미국 IDC사의 통계를 인용하며 DVD 통합보드가 앞으로 마이더스에게 제2의 도약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는듯 했다.

그의 전망이 적중할 경우 이 회사가 올해초 세운 2000년 매출액 1천억원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오는 11월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컴덱스 전시회를 전후해 DVD 통합보드의 세계 시장 석권을 위한 진군나팔을 분다는 목표아래 현재 이를 위한 마지막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예산만 1억원에 달한다는 말에서도 이 회사 임, 직원들이 다가오는 컴덱스 전시회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인터뷰] 황인헌 사장

『언론이 앞장서서 「함량미달」인 벤처기업을 너무 많이 양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DVD 통합보드를 발표, 국내 벤처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마이더스사 황인헌 사장(42)은 요즈음 우리 사회의 벤처기업과 벤처기업가에 대한 이상 열기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언론이 벤처기업이라는 간판만 내걸면 「그들이 모두 이 시대의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추켜 세우는 바람에 기술 수준이 대단할 것도 없는 기업들의 주가까지 장외시장에서 급등 현상을 보이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벤처기업계에는 언론 등에 자주 소개돼 유명세를 타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주가가 급등, 큰 돈을 번 것으로 착각해 그 때부터 기술개발 대신 재테크에 더 큰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벤처기업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벤처(모험)기업은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보장된 것이 없기 때문에 철저한 프로 근성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그렇기 때문에 기술과 영업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주가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으며 또 구매, 생산, 자금동원 등의 업무에서도 전문가적인 식견이 없으면 큰 낭패를 부르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당부는 그가 92년 창업한 후 5년동안 기술개발과 해외영업에만 주력, 극히 최근에야 국내 벤처업계에 명함을 내밀수 있게 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황 사장이 독립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홍익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83년 동양정밀에 입사해 컴퓨터 CCTV 등의 무역업무를 담당하면서 지신의 사업을 한번 해봐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는 것.

이러한 결심은 그 후 동양정밀이 지난 88년 도산함으로써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고 그는 89년부터 3년동안 동양정밀 출신들이 설립한 하이시스템즈에 근무하면서 회사경영 전반에 대해 실습할 기회를 가진 후 지난 92년 오랫동안 꿈꾸어오던 독립을 감행하게 됐다.

독립후 사업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황 사장은 그 이유를 『우선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선택, 한눈 팔지 않고 모든 경영자원을 한 곳으로만 집중시킨 것이 적중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근무환경이 좋은 대기업을 마다하고 중소기업을 선택, 맡은 바 일을 기대이상으로 잘 해준 직원들 덕분』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이 회사 직원들은 『사장님이 공휴일도 없이 저녘 늦게까지 버이어를 접대하는 등 솔선수범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맡은 일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느냐』며 반문한다.

황 사장은 회사이름 마이더스(Mythos)가 「신화를 청조하자」는 뜻에서 신화를 의미하는 Myth에서 따 온 것이라고 설명한 후 『조금 촌스럽다는 생각도 든다』며 겸연쩍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 곳곳에서 느껴지는 활기는 분명 「신화창조」를 내세우는 회사명칭, 즉 마이더스에서 부터 비롯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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