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A-II 대책 서둘러야

정보통신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주요국간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는 2단계 정보기술협정(ITA-II)을 위한 다자간 협상을 앞두고 미국 정보산업계가 최근 반도체 제조장비와 디지털 카메라 등 무려 2백60개 품목을 ITA-II 협정 대상품목으로 추가로 지정할 것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안한 것도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세계 정보통신시장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미국과 정보통신분야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우리가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이 분야의 시장확대나 국내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미국업체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정부와 국내업체들은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특히 미국 정보산업계는 종전 관세철폐에 국한돼 있는 정보기술협정의 범주를 비관세 장벽 철폐 및 인터넷 교역 등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 ITA연합은 정보기술산업협회(ITIC)와 미국전자협회(AEA) 등이 주도하는 단체로 정보통신 관련 10개 단체와 IBM, 컴팩 등이 참여하고 있어 그 영향력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USTR가 이들의 제안을 어떻게 정리해 의제로 삼을지 주목된다.

ITA연합이 최근 2단계 정보기술협정에서 제안한 내용을 보면 1단계 협상 대상품목인 2백3개 이외에 반도체 제조장비, 배터리, 디지털 카메라 등 2백60개 품목을 추가 협상대상 품목으로 지정하는 한편 ITA품목의 조기 관세철폐와 비관세장벽의 철폐, 인터넷교역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ITA연합은 우선 양허세율이 3% 이하인 품목에 대해서는 무세화 시기를 98년 1월로 앞당기고 ITA 대상품목 중 부품은 최소한 최종제품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무관세화 대상품목으로 진단시약과 ITA 품목용으로 수입되는 출판물까지 광범위하게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욱이 비관세장벽 제거와 관련, 전자파 적합성과 전기안전 분야의 중복 시험인증 또는 기술적 요구를 폐지하고 장비검사와 심사 등 세부적인 기술자료 요구 등 지적재산권을 노출시키는 기술적인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또 소프트웨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 관련 소프트웨어가 수록된 매체물까지 무관세화하고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인터넷 구축에 필요한 장비와 ITA에 해당되는 품목에도 일반교역과 같게 무관세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 정보산업계의 제안은 정보기술협정의 내용을 당초 관세 철폐에서 비관세장벽 철폐와 인터넷 교역확대 등으로 다양화해 앞으로 통신장비에 대한 세계표준화를 미국이 주도하고 나아가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 미국 정보산업계의 요구사항 중에는 정보기술 제품과 직접 상관이 없는 시설재와 원재료까지 포함돼 있어 USTR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2단계 ITA협상에서는 엄청난 파고가 예상된다.

통신장비와 SW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정보산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정부와 관련업계가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의외로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우선 관세철폐 가속화와 품목범위 확대, 그리고 비관세 장벽 및 인터넷 상거래 등에 대해 사안별로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관세 분류체계를 조사해 미국 측의 요구에 다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보기술 표준화와 관세분류 체계 등 법과 제도적인 정비가 미흡한 점이 있다면 서둘러 보완하는 한편 외국조달제도를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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