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002, 008, 이 세 숫자의 공통점을 아시는지요.』
007로 유명한 제임스 본드가 활약한 영국 MI5의 비밀 정보요원 암호라고 대답했다면 50점이다. 112처럼 국가기관의 전화번호일 것 같다고 말하면 80점. 만약 이 퀴즈의 정답을 곧바로 맞춘 사람이라면 만만치 않은 시사상식을 갖춘 인물이다. 1백점짜리 정답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국제전화의 식별번호.
국제전화 사업자들이 요금전쟁을 벌이고 있다. 업체당 수조원을 쏟아붓고 올 한해 광고판촉에만도 수백억원을 집행하고 있는 PCS와 이동통신 사업자의 위세(?)에 가려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온세통신이라는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 이 분야에서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한국통신(KT)과 데이콤이 양분했던 국제전화 시장에 도전하는 온세통신이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선 당연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최대 무기는 역시 요금. 온세통신은 기존 사업자에 비해 더욱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체계를 앞세우고 있다. 이동통신에서 보듯 일단 시장이 경쟁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는 「밀리면 끝장」이다. KT와 데이콤도 수성을 위해 비슷한 요금 할인과 체계를 들고 나와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간 공급자 중심으로 운용되던 국제전화가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중심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명한 소비자라면 이들 3사의 요금체계와 사용친화성 등을 조목조목 따져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경쟁시대의 당연한 소비자 권리다.
국제전화 3사의 신규 할인 서비스(KT의 경우 내달 1일 시행예정)는 엇비슷하다. 주로 사용하는 착신번호를 지정할 경우 10∼30% 통화료를 깎아주거나 표준 및 심야시간대 할인, 심지어 점심시간 할인제도 운용한다.
일단 평균적인 국제전화료는 온세통신이 가장 싸다. 미국 3분 통화를 기준으로 할 때 001(KT)은 2천1백원, 002(데이콤)는 2천70원이며 008(온세)은 1천9백62원이다. 일본은 KT가 2천60원이고 데이콤과 온세통신은 각각 2천30원, 1천9백20원이다. 3사의 일반적인 요금격차는 KT를 기준으로 할 경우 데이콤은 1∼1.6% 정도 저렴하고 온세통신은 5%가량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온세통신은 1초단위로 요금을 부과, 알뜰한 실속파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조건만 갖고 무턱대고 상품을 선택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각사의 할인 대상과 조건이 서로 달라 언뜻 보기에 가장 저렴한 것처럼 보이는 상품도 소비자의 통화 빈도와 패턴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국제전화 환경을 감안해 가장 유리한 상품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할인율과 기본요금을 종합적으로 고려, 「실질 할인율」을 산정해야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할인율은 KT와 데이콤도 비슷해서 최저 10%에서 최고 30%까지 적용한다. 온세통신은 20%와 30%로 구분된다. 월 기본요금엔 가입비라는 것이 따라붙을 수도 있다. KT는 아예 가입비가 없지만 데이콤은 1회에 한해 5천원의 가입비를 받는다. 하지만 데이콤은 이달말까지 가입비를 면제한다. 온세통신은 이용과 관계없이 착신번호 할인의 경우 매월 3천원(선택국가 할인 1은 2천원, 2는 1만원)의 기본료가 부과된다.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상품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KT의 「001 다량이용 할인 서비스」와 데이콤의 「DC클럽 비즈니스 멤버스」, 온세통신의 「중식할인」이 그것이다. 기업이나 최소 20만원상당 이상의 국제전화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KT와 데이콤의 상품은 1년 계약시 10%를 할인해주고 6년 장기계약을 하면 20%까지 요금을 깎아준다. 할인시간대도 전 시간대로 확대했다.
온세통신의 「중식할인」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으로 평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점심시간에 사용하는 국제전화는 무려 30%를 할인해주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제전화 시장은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해마다 2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규모가 커지고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훨씬 다양한 할인상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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