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2000년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전세계 컴퓨터 시스템에 심각한 불안이 야기될 소지가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부문 자문업체인 가트너그룹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의 30%가 이른바 「밀레니엄(Millennium) 버그」라 불리는 2000년 문제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들 기업 중 80%가 종업원 2천명 이하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가트너그룹은 『많은 수의 소규모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2000년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병원, 정부기관 같은 대규모 기관에서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2000년 문제 해결은 한층 더 요원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가트너그룹 관계자는 『이들 대규모 기관이 2000년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남아 있는 기간에 최소한의 정지작업이라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달로 예정된 가트너그룹의 연례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이번 조사 결과는 지금까지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밀레니엄 버그의 영향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가트너그룹의 조사에는 미국내 24개 정부기관의 준비 정도도 포함돼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미 의회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2000년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컴퓨터 업계 안팎의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24개 정부기관 중 미 항공우주국(NASA), 자원부, 핵관리위원회 등 굵직굵직한 11개 기관이 2000년 문제 대처능력에 대해 각각 D와 F라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에 따라 일부 경제분야 관련 인사들은 2000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제적 경기후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트너그룹의 조사는 미국 외에 16개국, 2천3백여 기관,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이뤄졌다. 조사에서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은 이미 대책을 잘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관련 기업들이 가장 잘 대비하고 있고, 종업원 2천명 이하의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준비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대기업들이 준비가 미처 되지 못한 중소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데 있다.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밀레니엄 버그에 의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상황은 예상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가트너그룹은 이러한 문제가 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버그를 해소하지 못하는 많은 기업들이 도태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시장조사업체인 도이치 모건 그렌펠은 『밀레니엄 버그가 2000년에 최소한 소규모의 국제적인 불황을 야기시킬 확률은 35% 정도』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밀레니엄 버그는 컴퓨터가 만들어진 초창기에 컴퓨터 메모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두 자릿수로 연도를 표시한 데서 비롯됐다. 즉, 97이라고 표시되면 1997년으로 컴퓨터가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정이 없는 한 세기가 바뀌는 2000년은 1900년으로 컴퓨터가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자율에서부터 재고 계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두 자리 연도는 각각의 프로그램에 서로 다른 형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는 작업은 시간과 인력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트너그룹은 현재의 컴퓨터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려면 3천억~6천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하드웨어, 비즈니스 혼란, 예상되는 소송 등의 비용을 모두 계산하면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엄 버그에 대해 국가적, 사회적인 대응책이 요구되는 시점이 됐다.
<시카고=이정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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