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는 계속 화재에 관련된 내용의 뉴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혹독하게, 모든 것을 통신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전신전화 주식회사의 책임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사고현장의 정확한 회선 수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불에 타지 않는 케이블이 아니라 가연성 케이블로 시설을 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등, 온갖 용어를 다 동원하여 힐책하고 있었다.
승민은 맨홀 속을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해당 회사에서 문인들을 초청, 견학을 시켜주었을 때 그 일원으로 참석하여 맨홀 속을 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 곳이었지만 홍보차원에서 행사를 추진한 것이었다.
지하 수십m 속에 층층이 포설되어 있던 케이블.
승민은 그때 땅속 깊은 곳에 그처럼 엄청난 시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너무나 깨끗이 관리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작은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은 공간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때 승민은 화재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었다. 환경이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따른 충격으로 화재를 생각했었다. 지금 집필하고 있는 소설도 그때의 생각을 시작으로 구상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 그것은 현실로 나타났고, 그 원인이 소설에서처럼 인위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승민은 TV 화면으로 돌렸던 시선을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돌렸다. 침투. 황금당으로 어떻게 침투시킬 것인가.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의 각종 센서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출입문과 창문 등에 설치된 충격감지용 센서와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들은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각 센서에서 감지한 데이터들을 경비를 맡아 관제하는 경비회사까지 전달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까지는 파악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진척이 없는 것이다.
소설은 상식이 아니다. 구체적 경험이다. 적어도 승민에게는 그랬다. 완전히 파악하지 않은 사항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침투」.
승민은 컴퓨터 화면의 가장 아래에 나타나 있는 「침투」라는 말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다. 쓰기 위해서는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다.
승민은 마우스로 「문서」를 클릭했다. 새글, 불러오기, 끼워넣기, 저장하기. 승민은 「저장하기」를 선택하고 클릭했다. 다시 한번 「문서」 선택. 이어 맨 아래의 「끝」을 선택하고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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