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가전산업 "불황 늪으로"

일본 가전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져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정부가 시행한 소비세율 인상 이후 침체를 보이기 시작한 일본 가전시장은 수 개월이 지난 지금도 호조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전기대형점협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가전과 PC를 합친 판매 실적은 4-7월 넉달 동안 계속적으로 부진을 보여 4월에는 5%, 5월에는 7%, 6월에는 13%, 7월에는 11%씩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별로는 특히 영상기기와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계절상품의 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4-7월까지의 누계 판매를 보면 음향, 영상(AV)기기는 전년동기비 10% 감소했고, 에어컨 등 계절상품은 무려 26%나 하락했다. 이밖에 백색가전과 PC를 포함한 정보가전은 각각 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4-7월 중 일본 가전시장이 침체를 보이는 것은 소비세율 인상이전인 연초에 수요가 대거 몰려 4월 이후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일단 분석되고 있다.

또 시기적으로 대체수요의 퇴조기에 접어들고 있는 점과 날씨가 뒷받침되지 않아 에어컨 등 계절상품의 수요가 극히 부진을 보였다는 점 등도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8월 들어서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수요 침체가 어느정도 해소돼 가전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요 가전양판점들의 매출 집계에 따르면, 8월 한달간 가전 판매실적은 전년동기비 감소 폭이 이전 4개월보다는 다소 낮아져 4-5%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가전양판점의 경우는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8월의 시장 안정세가 이후 회복세로 이어질 것이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전 관련업계에서는 지난 6, 7월처럼 판매가 전년동기실적보다 10% 이상 하락하는 심한 침체가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어쨌든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이같은 상황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업계가 가전시장의 장기 불황을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AV기기와 백색가전의 수요가 중, 단기 대체사이클로 볼 때 금년과 내년이 시기적으로 약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88년부터 90년에 걸쳐 수량적으로 최대 수요기를 맞았고, 92년과 93년에는 바닥세를 보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다시 수요가 늘어났다.

단기 사이클에 따르면 따라서 올해는 수요 침체기에 해당된다. 7-10년을 주기로 하는 중기 사이클로 보아도 97년은 88년 이후 9년째로 하강기로 접어드는 해가 된다.

이밖에 백색가전의 경우는 주택 착공수에 따라 그 수요가 변화되는데 올해는 착공수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역시 여건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황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신상품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92,93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시황을 호전시킬 만한 대형 상품이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니디스크(MD)와 휴대형 정보단말기 등 디지털상품은 보급기에 들어섰지만 시장 자체가 작고, 지난해 말 새로 등장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는 아직 시장을 본격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가전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전유통업계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올들어 고지마 야마다전기 등 가전 할인업체가 일본 전역으로 매장으로 확대하는 것을 계기로 대형 매장의 출점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가전 할인업체의 대형점화나 저가경쟁에 맞서지 못하는 제조업체계열 판매점이나 중소 양판점은 급속히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 여파로 또 적어도 향후 2년간은 가전불황 속에서 중소 유통점의 도태가 급증하고, 업체간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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