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자간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는 데도 그간 우리의 대응은 소극적일 뿐이었다. 선진국의 움직임을 취합하면서 전자상거래 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온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정보화 수준이나 정보통신산업의 인프라가 그만큼 뒤쳐진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일본, 중국, 아세안 국가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전자상거래 공동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오는 17,18일 이틀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한, 중, 일 통상장관 회담에서 이를 제안하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아세안 연합국들과는 별도 회담을 열어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아시아지역내 인터넷망 공동 구축은 물론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공동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역내 취약한 정보인프라를 대폭 늘리고 전자상거래 교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의 이같은 구상은 미국 등이 공세적 통상외교를 통해 구체화하려는 인터넷 라운드와 관련한 다자간 규범 마련 움직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아시아권 입장정리를 우리나라가 주도해 반영시키고 이들 통해 전자상거래 무역체제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여 주목된다.
물리적 공간의 시장없이 국제적인 컴퓨터통신 네트워크인 인터넷을 통해 광속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는 세계의 모든 인터넷 이용자를 고객으로 삼는 무한대의 시장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기존의 무역관행을 깨뜨리는 경제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새 국제 교역체제에 대응이 21세기 국가경쟁력을 가름할 초미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각국마다 다자간 인터넷 라운드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을 정도다.
미국은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자유무역지대로 만들겠다는 「국제 전자상거래 기본구상」 아래 인터넷 교역 국제규범을 1년내에 체결하겠다는 방침으로 대통령 특사를 각국에 보내고 있다. EU도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보통신 및 산업담당 집행위원 등 각국 정부인사와 관련업계 대표를 초청한 가운데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국제규범 마련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 미국 대통령 특사가 참석해 미국의 정책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인 외교전략을 펴는 것은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어 인터넷 라운드까지 주도해 세계 경제를 제패하려는 전략임이 분명하다.
현재 인터넷에 개설된 사이버쇼핑몰(가상상점)수가 미국은 25만여개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4천여개, 우리나라는 2백여개 정도로 빈약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미국이 사이버마켓(가상시장)을 자유무역지대화를 주장하고 이를 국제규범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전략을 펴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물론 이러한 미국의 공세에 인터넷 관련 산업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는 일본이나 EU 등 선진국들조차 선뜻 동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싫든 좋든 인터넷 교역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 교역시대의 전개는 우리에게 기회도 될 수 있다. 인터넷상의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마켓」은 앞으로도 폭발적인 확장세를 지속할 것인만큼 우리도 이 무궁무진한 시장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발빠른 대응만이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는 국내시장이 협소해 대외지향적인 성장전략을 끊임없는 추구해야만 하므로 국경없는 무한의 수출시장인 사이버마켓에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해 새로운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이번 아시아 전자상거래 공동협의체 추진 구상은 이런 점에서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구상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 관련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도 요청된다. 그래야만 세계 정보통신시장과 인터넷시장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주의 지향에 견제할 수 있고 우리 업체들이 인터넷 교역시대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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