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디지털TV.. 보급 전망

지난해 7월 1일 무궁화위성이 발사된 이후 국내에서도 디지털방식의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청자들은 디지털방송의 참맛을 볼 수 없다. 디지털TV가 아닌 아날로그TV로 디지털방송을 수신하는 데 따른 한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아날로그TV와 확실히 구분되는 완전한 디지털TV는 과연 언제쯤 등장할까 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이르면 올 크리스마스 특수에 발맞춰 디지털TV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을 비롯, 미국내 주요 10대 방송시장에서 디지털 지상파 시험방송이 내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디지털 시험방송에 나서는 유럽에서도 내년 상반기부터 디지털TV가 상품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아날로그방식의 HDTV를 판매하고 있는 일본에선 히타치에 이어 마쓰시타, 도시바가 순차주사방식을 적용한 HDTV를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에 대비하고 있다.

당초 오는 2000년경에 HDTV수신기를 상품화하기로 했던 국내 가전업체들은 선진국시장에서 디지털TV 방송일정이 앞당겨짐에 따라 상품화 일정을 1년 정도 앞당겨 99년 안에 디지털TV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미국시장을 겨냥 이보다 앞서 디지털TV의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1, 2년 사이에 나올 디지털TV는 완전한 디지털TV로 넘어가는 과도기 제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과도기에는 세트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선택의 고민이 가중될 전망이다.

디지털TV와 관련된 분야는 가전, 컴퓨터, 반도체, 방송 및 통신, 콘텐츠 등으로 매우 방대한 것이어서 어느 한 업계만 분주히 움직인다고 해서 순식간에 완성작이 나올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 또 전세계적으로 수십억대가 보급돼 있고 현재도 연간 1억2천만대 가량의 아날로그TV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트업체 입장에서는 디지털TV 생산으로 얻는 이득과 아날로그시장을 상실하는 데 따르는 손익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또 디지털TV의 초기 가격대는 기존 25인치 보급형 TV보다 최소한 3∼5배 정도 비싼 3천∼5천달러선으로 예상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가격저항과 대기수요 증가에 따른 보급지체 현상도 예견할 수 있다. 즉 아날로그TV 수요는 정체현상을 보이거나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는 반면 디지털TV의 수요증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전자산업협회(EIA)는 1세대 HD급 디지털TV 가격이 3천∼5천달러선에서 책정될 경우 오는 2006년까지 이 제품을 보유할 가정은 전체의 4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마케팅조사기관인 프라이스터 워터하우스가 1천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소비자들이 디지털TV를 구입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의 한도는 1백50달러선이라고 대답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신규 설비를 갖추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있으며 컬러방송을 시작한다고 해서 흑백방송을 중단할 수없듯이 상당기간 아날로그TV 시청자도 배려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디지털TV방송이 가장 먼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시장의 가전업계측에서는 수신기 보급과 관련해서 3가지 형태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우선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 TV를 볼 수 있는 컨버터용 세트톱박스의 공급이다. 수천달러를 주고 디지털TV를 새로 구입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3백∼5백달러 안팎의 디지털 수신기를 보급해 점진적으로 디지털시장에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보급형 디지털TV와 고급형 디지털TV를 다양하게 투입해 보급을 촉진시키는 방안이다. SD(Standard Definition)급이라 불리는 보급형 디지털TV는 기본규격이 기존 아날로그TV와 비슷하지만 모든 신호가 디지털로 처리돼 화질과 음질이 개선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고소득 가정이나 과시욕이 많은 소비자들 겨냥한 HD(High Definition)급은 99년을 전후해서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컴퓨터업계가 제안하고 있는 디지털TV도 본격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94년부터 미국에서 등장한 PC-TV나 올 초 마이크로소프트, 컴팩, 인텔사가 공동개발한 「PC극장」 등은 디지털TV 시장을 노리는 컴퓨터업계의 야심작들인데 그동안 쉽고 단순한 TV에 길들여진 시청자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같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디지털 방송과 완전한 디지털TV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05년경까지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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