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한·미 통상마찰

자동차를 종합 전자제품이라고 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계, 장치나 부속품이 대부분 전자제품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기술은 이제 전자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앞으로 편리성, 안전성 등이 강조된 자동차기술이 더욱 개발되고 발전될수록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 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합 전자제품인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미국이 시장개방을 전제로 관세인하와 세제개편을 요구해와 말썽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문제를 슈퍼 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F)으로 지정한 것은 한마디로 지나친 자국 이기주의에 의한 보복조치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미국정부에 공식적인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슈퍼301조의 규정 대로라면 미국은 오는 22일까지 조사를 마치고 내년 10월 초나 99년 4월 초까지 한국측과 양자협상을 벌이게 된다. 또 이 양자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관세(8%)를 미국 수준(2.5%)으로 낮추고 배기량별 세제를 연비 또는 가격기준으로 변경하는 등 자동차 세제를 개편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자동차관세가 10%나 되고 법 개정과 관련된 사항은 국회의 고유권한임을 들어 이같은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양국 실무협의 과정에서도 한국측이 양보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이 문제는 결국 양국간 또 하나의 통상마찰로 부상될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이 보복리스트를 작성, 발표할 경우 즉시 WTO에 제소한다는 방침이지만 WTO 제소 역시 속전속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뿐 아니다. 미국은 지난 7월 최근 3년 연속하여 반덤핑 혐의가 없는 것(덤핑마진 0.00∼0.01%)으로 밝혀진 한국산 반도체 D램에 대해서도 『반도체 시장전망이 좋지 않아 한국업체들이 덤핑을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을 할 수 없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걸고 반덤핑 관세부과 명령을 철회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며 정부는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해 놓고 있다. 이번에 자동차 문제와 관련, 정부가 WTO에 제소한다면 우리의 WTO제소는 컬러TV, 반도체D램에 이어 세번째가 된다. 그러나 WTO 판정이 나올 때까지 관련업계가 당하는 고통은 물론 수출 차질로 인해 받는 국가적인 손실도 엄청나게 크다. 차제에 근본적인 대응책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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