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반도체를 판다. 그러나 반도체를 팔기전에 지식과 성의를 먼저 판다. 판매된 부품의 마진은 그녀의 「지식과 성의 값」이다. 고객의 요구는 언제나 까다롭기 마련. 고객이 아는 것을 세일즈맨이 모른다면 판매는 종(?)친다. 성의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통신부품, 계측기 유통전문회사 선인테크놀로지(대표 박규홍)의 세일즈 우먼 최희정(27)씨. 그녀의 공부시간은 고3수험생과 맞먹는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나를 먼저 알기위해 부품전문서적을 들추는 시간이 업무의 반이다. 따라서 그녀의 핸드백속엔 부품 카타로그와 샘플, 전문서적이 향상 들어 있다. 손만 닿으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곳이 둔다. 사이클이 빠른 통신부품의 특성상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지식과 정보들을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잘 알고 있는 제품이라도 잠시만 방심하면 옛 정보가 되어버리기 십상입니다. 고객의 질문은 다양하고 이에 걸맞는 답변을 하기 위해선 틈날때 마다 전문서적을 보는 것이 이 영업의 특징이죠. 고객의 요구에 정확하게 디자인된 제품을 공급할 때면 노력의 값어치를 새삼 실감합니다』
그녀는 대학졸업후 커넥터 전문회사인 W사의 영업직에 발을 딛었다. 남다른 친근감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인 그녀에게 선인은 스카웃의 손길을 보냈고 그녀는 쾌히 응했다. 보다 다양한 제품과 영업의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는 유통전문사에서 뜻을 펼쳐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2년만에 그녀는 연간 1백80만달러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현재 올 목표치 1백80만달러에 근접한 1백5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에서 그녀를 「2백만불의 파워우먼」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업의 근본은 성심과 성의입니다. 제품을 판다는 생각보다 고객에게 도움을 줌으로서 나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우선합니다. 가족같이 대할때 상대방도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죠』
그녀도 처음 영업을 시작했을때 여자라는 「이유없는 차별」을 받아야만 했다. 영업에 관한한 어떤 면에서도 자신있었지만 그녀를 보는 고객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남성 위주로 구성된 조직에 뛰어든 여성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을까. 그러나 지금 상황은 반전됐다.때론 동생같이 때론 딸같이 고객들은 그녀를 맞아주고 있다. 특유의 부침성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영업이라 해서 남성 고유의 영역은 아닙니다. 오히려 순발력 있는 여성이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에서 뒤지지 않는다면 자신있는 여성에게 권해보고 싶은 분야가 영업입니다』
영업을 하면서 느낀 것중 기술력은 있으면서도 국산화하지 못하는 우리 기업의 현실을 그녀는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통신부품들은 대부분 수동칩들. 1백% 외산제품들이다.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개발해 낼 수 있는 분야이지만 채산성 때문에 만들지 못하고 수입하는 현실이 그녀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현재 제가 팔고 있는 칩들이 국산화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부품의 국산화가 진정한 국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하고 있는 부품영업도 변하겠죠. 그때 저의 일도 시스템영업으로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부품영업 4년 커리어우먼의 얘기이다.
부품영업의 신데렐라를 꿈꾸며 그녀는 이미 선인테크놀로지의 마스코트로 떠올라 영업 못지않게 홍보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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