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밥맛싸움」 뜨겁다

「최고의 밥맛」, 그리고 「그 밥맛을 오래 유지하는 기술」.

요즘 가전업계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는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밥짓기다.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쌀을 씻었다 끓였다 밥맛을 테스트 하느라 한달에 실험용으로 쓰는 쌀만도 한가마. 게다가 온도 및 압력정도 등 각종 조건에 따라 보온상태가 얼마나 유지되는 지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박승주 주임연구원(37)은 곧 출시하게 될 「진공압력보온밥솥」(모델명 KCJ-1860P/1861P)의 막바지 작업에 눈코뜰 새 없다. 진공팬을 장착, 20시간이상 보온해도 밥맛이 변하지 않는 국내 최장시간 보온력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온력」에서 찾아낸 것이다.

그동안 가전업계가 주력해온 것은 밥맛. 처음엔 일본제품이 좋다해서 기술제휴해 코끼리표다, 호랑이표다 수입도 많이 해보고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IH(Induction Heating)기술도 도입했었다.

그러나 가전업계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도달한 결론은 「전통 가마솥 밥맛」의 실현. 찰지고 윤기가 흘러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입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는 우선 평평하기만 했던 밥솥 내통을 가마솥 모양으로 둥글게 바꿨다. 밑면을 둥글게 해 가열면적을 넓히고 내부에서는 열의 대류현상을 일으켜 골고루 가열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압력솥에서 착안한 전기압력기술을 개발, 결합시켰다.

이 결정체가 최근 가전시장에서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전자, 삼성전자의 IH압력밥솥, 동양매직의 SH밥솥, 중소업체들의 전기압력밥솥 등이다. 조금씩 그 방식은 다르지만 가마솥 밥맛을 실현하기 위한 업체들의 결과물이다.

이제 가전업계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내통의 가운데를 볼록하게 만드는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고있다. 가열면적을 한층 넓히고 대류현상을 양쪽에서 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기술이 상품화될지의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가전업계의 최고의 밥맛을 향한 노력은 끝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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