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TV의 상품화를 위해 가전과 컴퓨터 분야의 기술이 융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두 제품이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로 닮아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단계의 기술수준을 바탕으로 견주어 볼 때 TV가 PC보다 뛰어난 점은 첫째 전파수신 능력이 뛰어난 비월주사(Interlaced)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동영상이 자연스럽게 구현된다는 것이며 또 한가지는 남녀노소 모두가 사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자나 정지화면 등을 구현하기 위한 능력은 PC에 비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사용하기 쉽다는 점은 한편으로 PC에 비해 기능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최근 일본의 히타치사는 PC의 화면구성에 사용되는 순차주사(Progressive) 방식을 적용한 고성능TV를 상품화했다. 디지털 방송시대에는 화면뿐만 아니라 정지화면이나 멀티미디어 텍스트 등 다양한 데이터방송이 TV화면에 제공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TV방송에 적용되는 비월주사 방식을 순차주사 방식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 LSI」를 탑재하고 있는 이 TV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복수규격으로 정해질 경우에 대비, 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이나 화면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TV업계가 PC업계에서 힌트를 얻고 있는 또 한가지 중요한 아이디어는 업그레이드 개념이다. PC사용자가 자신의 PC에 하드디스크나 사운드카드 등 하드웨어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늘려갈 수 있듯이 향후 차세대TV 시장에는 시청자를이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이나 활용범위를 감안해서 필요한 만큼의 기능을 장착할 수 있도록 모듈식 설계가 차세대TV 개발에 도입될 전망이다.
한편 차세대TV 시장을 넘보고 있는 컴퓨터업계도 TV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TV에 대해 PC가 갖고 있는 단점은 우선 사용자를 기다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펜티엄급 PC도 부팅에 걸리는 시간만 1분 안팎, 인터넷이나 PC통신망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PC업계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온 나우(onNow)」라고 하는 새로운 전원관리 기술이다. PC의 전원 스위치만 켜면 가전제품처럼 곧바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이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정용 AV개념으로 구상하고 있는 인터테인먼트 PC를 실현하기 위해 「윈도98」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 동영상 구현능력이 떨어지는 PC의 비디오 규격도 디지털 지상파 방송이나 위성방송을 보다 잘 수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또 동영상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디스플레이 사이의 전송속도를 극대화한 「AGP」그래픽 보드도 이미 등장했다.
차세대 TV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가전업계와 컴퓨터업계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양측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만나 점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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