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47)

컴퓨터 바이러스.

컴퓨터 바이러스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에서였다. 파키스탄에서는 부트 바이러스인 브레인 바이러스를 만들어 전세계 컴퓨터에 퍼뜨렸으며, 이스라엘에서는 파일 바이러스인 예루살렘 바이러스를 만들어 유행시켰다.

이후 컴퓨터 바이러스는 미국에서 유행병처럼 번져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프로그래머들은 파키스탄에서 시작된 브레인 바이러스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바이러스를 모방한 수많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

프로그래머들은 창조적인 사람들이다. 결코 남의 파일을 그대로 옮겨 쓰지 않았다. 거기에 무엇인가 자신의 의도를 가미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그때부터 수많은 형태로 만들어져 전세계로 번져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가지 않아 미국의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키기 시작한 것이 동구권의 여러 국가들이었다. 특히 불가리아. 불가리아는 은폐형 바이러스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해 본격적으로 발전시켰으며, 이 밖에도 수많은 새로운 기법의 컴퓨터 바이러스들을 개발해냈다.

불가리아를 비롯한 동구권에서는 최근까지도 수많은 컴퓨터 바이러스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많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고 불법복사가 성행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램을 작성할 의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프로그래머들이 일시적으로 심취되었던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었다.

가상 플로차트.

김창규 박사는 자동절체시스템의 프로그램을 머리 속으로 떠올렸다. 자신이 만든 것이었기에 프로그램 전체가 한목에 떠올랐다.

천천히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전원이 ON 되면서부터 시작되는 프로그램부터 자동으로 데이터가 입력되도록 짜여져 있는 프로그램들이 머리 속으로 빠르게 정리되었다.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가? 김창규 박사는 흘러내린 안경을 치켜올렸다.

데이터는 계속 입력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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