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鍾洙 싸니전기 기술연구소 이사
최근들어 급변하는 통신시스템을 비롯해 하루가 멀다하고 고도화한 세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여러 부품과 고가의 첨단 제조장비들이 다양하게 수반되지만 기본적으로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눈과 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생산라인이 물 흐르듯 돌아가는 데는 이를 컨트롤하는 사람의 역할이 가히 절대적이다.
모든 부품업체들의 사정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테지만 어떤 업종보다도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수정진동자 산업은 엔지니어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수정진동자 생산라인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며 묵묵히 일해 왔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있다.
몇해 남지 않은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요구되는 부품업계의 가장 첫번째 필요충분조건을 꼽으라면 인력과 기술의 연계성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사람이 기술력을 지배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일순간에 놓쳐버리는 개개인의 사람들로 인해 회사, 특히 중소기업이 입는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통산부로부터 통신용 수정진동자의 중소기업 계열화품목 부분해제 방침이 흘러나오면서 일부 대기업의 수정진동자사업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어 그간 수정진동자업계에 몸담고 기술개발에 온 힘을 기울여온 많은 중소업체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다른 부품도 마찬가지겠지만 수정진동자사업은 풍부한 자금과 좋은 설비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것이 뒷받침돼서 나쁠 게 없겠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엔지니어나 일선 생산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완벽한 품질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의 시장진입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인력이탈과 개발의지를 약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세계화시대와 무한경쟁시대에 수정진동자사업을 중소기업 품목으로 무한정 묶어둘 수는 없다. 그러나 대기업이 참여했을 때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기업의 수정진동자사업 참여는 인력의 편중과 철새 엔지니어들의 이동이란 예상만으로도 부정적 요인이 아직은 더 많은 게 사실이라 생각한다.
특히 수정진동자의 최근 추세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몇몇 대기업에 인력이 편중되는 것은 전반적인 수정진동자산업 발달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다. 이는 결국 국내 수정진동자업체들로 하여금 다양한 제품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중소기업들의 노력으로 잘 지켜온 시장을 일본업체에 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물론 중소 수정진동자업체들도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우선 21세기를 맞기 위한 준비로써 철저한 관리를 통한 이미지메이킹을 새로 해야 한다. 즉 고객에 대한 관리체계부터 내재돼 있는 유무형의 노하우를 챙겨서 마치 컴퓨터 파일을 꺼내보듯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미지 메이킹이란 꼭 누군가에게 내보이기 위한 피상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수정진동자를 만드는 사람과 이를 사용하는 사람과의 폭넓은 상호신뢰감에서 출발해 전반적인 개발의지와 투자의지를 제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또 이를 주장하고 이끌 수 있는 경영마인드가 수반돼야 한다. 이것이 수정진동자산업이 21세기에 거듭 태어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내 부품산업을 지켜온 게 중소업체들이고 거기에는 지금까지 많은 애착을 갖고 일해온 업계 종사자들의 땀이 배어 있다. 따라서 좁게는 수정진동자, 넓게는 국내 부품산업발전의 고질적인 문제인 전문인력 부족과 고급인력의 편중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아무리 디지털기술과 첨단장비가 제조업을 지배한다고 해도 이를 응용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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