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11월 2일부터 전면 실시된다. 이제 시외전화는 아무 절차없이 사용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사업자를 정해 미리 가입해서 사용해야 된다. 그 대신 081 또는 082를 눌러야 하는 불편은 사라진다.
한국통신, 데이콤, 온세통신 등 시외전화 3사는 최근 사전선택제 시행방안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를 마쳤다. 하지만 세부시행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사전선택제 연기론까지 거론됐던 상황을 돌이켜 보면 3사의 시행합의는 상당한 진척임에 틀림없지만 세부사항의 합의가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기본골격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한국통신에 상당한 양보를 했다고 생각하는 데이콤은 세부사항에서까지 한국통신 주장을 수용할 경우 사전선택제 시행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우편조회 대상자의 범위다. 3사는 기본합의를 통해 우편조회 대상을 「데이콤 가입자」로 한정했다. 하지만 데이콤 가입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통신은 데이콤 가입자가 2백80만명 정도라고 주장한다. 한 달에 시외전화를 5천원 이상 사용하는 가입자 가운데 데이콤 시외전화 이용요금이 1천5백원 이상 되는 가입자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데이콤 시외전화만을 사용하는 고객은 44만명 정도라고 한국통신측은 밝히고 있다. 따라서 데이콤 가입자는 44만∼2백88만명 사이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데이콤은 최소 3백만명에서 최대 1천4백만명 사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백만명은 데이콤이 매달 요금고지서를 발부하는 고객이며 1천4백만명은 데이콤의 시외전화 서비스 개시 이후 지금까지 최소한 1번 이상 082 시외전화를 이용한 고객의 숫자다.
데이콤은 우편조회 대상자를 제한한 데다 조회방법도 한국통신과 데이콤 가운데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콤 가입 여부만을 묻는다는 점, 조회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 한국통신 가입자로 처리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응답률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조회대상자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 차례라도 데이콤 시외전화를 이용했던 고객의 경우 데이콤의 그간의 품질개선 현황, 앞으로의 시외전화 이용방법 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도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외전화 지역번호 앞의 0번을 삭제하는 문제도 첨예한 쟁점 중의 하나다. 서울 지역번호가 2인가 02인가 하는 단순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해법은 복잡하다.
한국통신은 서울 지역번호는 02가 아니라 2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081, 082 등 시외전화 식별번호를 눌러 사용할 경우 지역번호에는 0을 빼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통신은 정부의 번호관리세칙에 따라 사전선택제 시행 전까지만 02와 2를 모두 처리하도록 해 놓았으며 사전선택제와 함께 0을 삭제하도록 모든 준비를 갖춰 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다시 변경하려면 8개월 정도의 추가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특히 데이콤이 02의 사용을 주장하는 것은 082+02로 송출하는 회선자동선택장치(ACR)를 완전 철거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포함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콤은 그동안 시외전화 이용자들이 「02」를 지역번호로 인식하고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국민편의상 02를 누르거나 2를 누르거나 사업자들이 알아서 처리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데이콤은 한국통신이 국민편의를 거스르면서까지 02를 2로 변경하려는 것은 사전선택제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이 082+02를 사용할 경우 통화가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데이콤 시외전화에 대한 불만을 유도하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 외에도 11월 이후 데이콤 시외전화에 가입하려는 고객의 접수절차도 까다로운 문제다.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고객이 언제든지 시외전화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11월 이전의 가입절차 못지않게 평상시의 가입절차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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