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벤처기업정신 살리자

언제부터인가 국내에 불어닥친 「벤처기업」 바람이 이제는 열병처럼 만연해 있다.

벤처기업이라는 말이 붙지 않으면 축에도 못드는 것 같아 중소기업은 너도나도 벤처기업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특히 주식장외시장(코스닥)에라도 올라 재미를 본 경우는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싸잡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수 벤처기업가에게서 이제는 창립 초기의 벤처정신보다는 기존 업체들보다 한층 더 통속적인 냄새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로운 분야에서 기술과 노력으로 우뚝 서겠다는 의욕 하나로 기업을 어렵게 설립하던 당시의 열정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이제는 주가를 더욱 높이기 위해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업체로 비치게끔 하느냐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겠지만 이런 경향이 보편화해가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 강남의 고급 술집은 벤처기업 사장들이 먹여 살린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기존 「묵은」 기업인들 못지않게 헛바람이 든 벤처기업가들이 모험기업 문화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살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치부를 하면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흔한 일이고 보면 벤처기업을 일으켜 힘들게 꾸려오다 코스닥을 통해 일약 명성과 재산을 거머쥔 일부 벤처기업가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또한 이같은 거품과 열병을 일부 벤처캐피털이 조장하는 측면도 없다고는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하자는 수단으로 마련된 주식장외시장마저 투기의 장으로 변모하고 후배 예비 벤처기업가들에게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목적보다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는 마인드를 갖게 하는 지금의 풍토는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최근 유사한 목적을 가진 2개의 기존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 단체가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보였던 힘겨루기 등 일련의 우여곡절은 이들 스스로 벤처기업 단체를 단순한 벤처기업들의 모임으로만 보지 않고 있음을 뜻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든다.

벤처기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을 새겨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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