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통신과 컴퓨터의 결합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언 朴鎭元

정보시대의 주역은 통신과 컴퓨터다. 그동안 각기 다른 영역에서 발전해 온 컴퓨터와 통신은 인터넷을 매개체로 정보사회를 개막하면서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 두 분야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확연히 다르다.

우선 역사적으로 근대적인 의미의 전기통신은 1백여년 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시작되었다면 컴퓨터는 50여년 전 파스칼과 폰 노이만의 이론을 바탕으로 에커트와 모클리가 제작한 「에니악(ENIAC)」을 그 효시로 삼고 있다.

통신은 벨이 설립한 AT&T가 지금도 통신의 중심기업 역할을 하고 있으나 컴퓨터는 에커트와 모클리 컴퓨터회사, 레밍튼랜드, IBM, MS, 오라클, 넷스케이프 등 시대에 따라 중심기업이 변하고 있다.

이를 보면 통신은 역사도 길고 그 상용 서비스의 시작도 중심인물이 한두 사람이었던 것에 비해 컴퓨터는 여러 사람이 중심이 되어 상업화가 이뤄졌으며 산업의 중심축도 계속 변하고 있다.

통신시스템의 구성을 살펴보면 단말, 전송망, 교환 및 서비스가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한 일관된 체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특정한 통신 서비스가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방법으로 실현되는지 추적할 수 있고 그 체계 또한 비교적 단순하다.

이에 비해 컴퓨터는 하드웨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응용 소프트웨어 등이 서로 상당히 독립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한 기능을 여러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특정한 사용자 기능이 어떤 경로를 거쳐 구현되는지 추적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다.

통신은 구성요소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혼자만 다른 기술기준을 갖고 있기가 불가능하므로 통신 관계자들은 통신표준 정립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비해 컴퓨터는 통신보다 표준화에 덜 적극적이다. 다만 최근에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에서 인텔사의 펜티엄칩, 운용체계 분야에서 MS사의 윈도95 등이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사실상의 표준(Defacto Standard)으로 자리잡는 경향이 눈에 띄는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양상도 자바의 등장으로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모든 요소가 네트워크로 묶여야 의미가 있으므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업이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컴퓨터는 개인적으로나 소수의 단체가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었으므로 하드웨어 공급회사를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인터넷이 더욱 활성화하고 컴퓨터와 통신이 실질적으로 결합된다면 컴퓨터의 독립성 경향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정보사회가 더욱 진전되어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와 같이 통신과 컴퓨터가 결합되어야만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기 위해서는 통신과 컴퓨터의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이들을 결합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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