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교육대학은 노벨상을 지향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아닌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동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엔지니어, 공학도를 배출해 내는 공과대학입니다.』
지난 92년 개교 이래 2회 졸업생을 배출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권원기 총장은 공학과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의 첨병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국가 기간산업 어느 곳에서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현장지향적인 실천공학자」 양성이 국내 공과대학이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한다.
산업현장 요소요소에서 필요한 인력을 교육시킬 교사인력 양성이라는 목표외에도 언제든 현장에 투입돼 과업분석에서 실제 프로젝트 수행까지를 전담할 현장실무자를 양성해 내는 것이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기본적인 교육이념. 인문계통의 교원대와 마찬가지로 이 학교는 이공계 교사인력이라는 독특한 성격 탓에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과학기술처,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한 행정관료이자 포항공대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쳐본 교수이기도 한 권 총장은 때문에 교육과 취업에서 큰 괴리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교육현실의 모순과 해답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꼈다고.
특히 대다수의 공학도들이 엔지니어가 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얼마나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 할 것인가」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교수들 역시 산업환경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미흡한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진정한 공과대학의 면모를 갖추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공학, 종합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인 전자공학과의 예를 들어보면 전자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53%만이 관련분야에서 활동할 뿐 나머지 학생들은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를 걷고 있습니다.』
권 총장은 대단히 비싼 교육비를 투자하고도 유능한 인력들이 엔지니어직보다는 관리직을 선호하는 추세는 국가적, 인적자원의 운용측면에서 큰 낭비라고 강조하며 이같은 문제는 공학도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자부심을 교육단계에서 적절하게 수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총장은 비근한 예로 실험과 이론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공대학생들이 학과시간의 대부분을 토플에 매달리는 현상을 들며 전공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분야를 중심으로 학습함으로서 엔지니어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갖추지 못한 채 산업현장에 배출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때문에 한국과학기술교육대학은 학생들의 커리큘럼과 교육기자재면에서 여타 공과대학과는 차별성 있는 교육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교수」들의 재교육 방안이다.
공부하지 않는 교수, 변하지 않는 교수로서는 가장 빠르게 변하는 분야이자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공학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산업현장에서 교수들이 6개월 동안 현장체험의 시간을 갖는 「교수 현장실습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교수들의 현장연수가 실시됐으며 이번 학기에도 4명의 교수들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들을 직접 체득하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산업현장과 직결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이론위주의 교육이 가져올 수 있는 「엔지니어 정신」의 부재현상을 극복할 예정. 이미 학교를 설립할 때부터 실험실습시간이 교수당 학생의 비율을 1대10 내외로 정해 보다 안정적인 교육여건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 이론습득과 이를 체험하는 실험실습이 가장 중요시돼야 하는 분야기 때문에 이론보다는 실험실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학교가 자랑하는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교육기자재와 실습시설. 타학교 학생들이 졸업내내 몇차례밖에 만져볼 수 없는 첨단 실험기자재를 다수 확보함으로써 수업의 대부분을 실험실습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유학온 학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게 마련인 학비의 경우에도 타대학에 비해 많은 배려가 이루어져 수업료 전액면제 특전에 전원의 학생이 월 1만5천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기숙사에서 기거하게 함으로써 학업만에 전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덕분에 학생수 2천3백여명에 설립 6년도 채 되지 않은 한국기술교육대학이 통산산업부가 지원하는 반도체장비기술교육센터 설치대상학교로 선정돼 앞으로 3년간 총 40여억원에 달하는 장비와 운영비를 지원받게 되는 등 교내외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권 총장은 『충청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기술교육대학의 커리큘럼과 교육목표를 인정받아 충청권보다는 타지역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충청권에서 가장 인정받는 공과대학으로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같은 파격적인 학교정책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학교운영자금 전액을 노동부에서 지원받는 국립대학이기 때문이다.
권 총장은 『설립과 자금지원 주체가 정부 부서다 보니 형식은 국공립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지만 교육부의 획일적인 틀에 맞추다보면 급변하는 산업의 조류를 제대로 수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학교가 지향하는 「산업계의 현장기술자」 양성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법인 자체는 국립이지만 운영은 사립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보다 융통성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감하고도 파격적인 각종 기획들을 펼쳐가면서 후발주자로서의 불리함을 딛고 앞으로 공학대학이 견지해야 할 교육의 원형을 갖춘 「시범학교」로서의 위상을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덕분에 이 학교는 졸업생 한명당 3개 업체에서 취업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산업훈련원의 교사나 현장 엔지니어, 대학원 진학 등 1백%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앞으로는 본격적인 산학연계계획의 일환으로 학교부지 옆에 직접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의 연구소나 공장을 유치해 학생들의 실습의 장을 마련함은 물론 학교에서 개발된 각종 산업기술들을 상업화하는 방향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하는 권 총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들의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실무엔지니어들의 값진 노력이 노벨상만큼이나 인정받는 풍토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규태기자>
권원기 총장 약력
1934년 9월 18일 경북 봉화군 출생.
1958년 3월 연세대학교 경상대학 졸업.
1961년 9월 경제기획원 사무관
1964년 3월 프랑스 파리대학 대학원(경제기획)
1967년 9월 과학기술처 진흥국 진흥과장
1977년 8월 미국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1985년 7월 과학기술처 차관
1991년 2월 한국과학재단 사무총장
1994년 3월 포항공과대학 초빙교수
1996년 3월∼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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