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반도체] 미래 시장을 주도할 화합물 반도체

화합물 반도체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실리콘을 소재로 한 D램 위주의 반도체 사업전략을 전개해왔던 국내 업체들은 최근 D램 가격 폭락으로 인해 반도체 사업이 흔들리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는 동시에 유망사업인 정보통신분야의 기반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화합물 반도체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소업체 및 신규 진출업체들은 아직까지도 화합물 반도체산업이 초기라는 점과 실리콘 소재의 반도체사업보다는 비교적 적은 투자로도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 신규참여를 앞다퉈 추진중이다.

화합물 반도체는 지난 52년 처음으로 반도체 특성이 발견된 3∼5족 화합물을 이용한 반도체 소자로 70년대부터 이를 이용한 일부 디바이스가 선보이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화합물 반도체는 LD, LED 등 광소자와 HEMT, HBT 등 전자소자로 나뉘는데 70년대 초반에는 갈륨비소(GaAs) 소재를 중심으로 LED, LD 및 마이크로웨이브용 쇼트키 다이오드, FET 등이 개발됐으며 70년대 후반에는 FET 상용화와 IC 다변화가 진행됐다. 이후 80년대 초반부터 갈륨비소 FET의 상용제품 공급과 더불어 IC개발이 급속히 진행됐고 90년대 후반에는 LSI급 IC의 실용화와 광전자 집적회로(OEIC)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가 근래들어 주목받는 이유는 정보통신산업이 미래를 주도할 핵심사업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광통신에 필수적인 화합물 광소자 기술과 고속, 고주파수 대역 처리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화합물 전자소자기술이 산업기반기술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갈륨비소 웨이퍼는 전자이동이 실리콘보다 5배 이상 빠르기 때문에 고속 IC제조가 가능하다. 이같은 특성으로 실리콘 기판은 2㎓ 이하 주파수를 처리하나 갈륨비소기판은 이보다 10배 이상의 고주파수 대역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고주파 회로 제작을 위해 세라믹 기판 등에 개별 부품인 능동소자 및 수동소자를 장착한 고주파 회로기판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화합물 반도체 기판에 각종 소자들을 일괄 공정으로 제작해 집적한 MMIC(Monolithic Microwave IC)로 대체되는 추세다.

화합물 전자소자가 최근 각광받기 시작했다면 이전에는 화합물 광소자가 화합물 반도체산업을 이끌어왔다. 화합물 반도체의 발광특성을 이용한 이 분야는 LED와 LD라는 소자를 이용해 CD롬이나 DVD롬 같은 광정보 저장장치, 광송수신기 모듈 같은 광통신장치, 전광판 같은 광표시장치 등으로 응용되고 있으며 특히 광정보 저장장치 및 광통신분야에서는 광소자 기술이 차세대 제품 규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최근에도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광디스플레이분야는 지난 94년 고휘도 청색 LED 출현으로 풀컬러 구현이 가능해지면서 대형 디스플레이 매체로 각광받고 있으며 사용범위도 전자제품 표시기 용도에서 점차 산업전반으로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97 자료에 의하면 LD, LED, 디스플레이 소자 같은 광소자의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43억달러에서 2000년 62억달러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이를 응용한 광송수신 모듈은 올해 18억달러에서 2000년 22억달러로, 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분야는 2000년에 42억달러로 예상된다.

또한 상용 갈륨비소 MMIC시장은 2000년에 13억달러로 전망되는데 MMIC기술 확보는 자체 시장보다는 더 큰 시스템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업체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화합물 반도체산업은 80년대 말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LG, 삼성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연구활동에 들어갔으나 90년대 중반까지 시장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사업포기, 사업 재검토 등 시련기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CD롬의 대대적인 보급과 차세대 멀티미디어, 광통신 시스템의 발전, 청색 LED 출현에 힘입어 광소자 수요가 상승하면서 대기업이 다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화합물 광소자분야는 삼성전자 화합물반도체팀 출신들이 모여 세운 한국엘피이가 유일하게 범용 및 고휘도 LED용 에피웨이퍼를 생산,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산그룹 계열 수산스타가 설비를 도입하고 올해 말부터 LED용 웨이퍼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청색 LED개발에 성공한 LG종합기술원은 내년부터 청색 LED 양산에 나설 태세이며 이밖에도 삼성전자, 현대전자, 광전자반도체, 금호그룹 등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청색 LED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D와 관련해서는 삼성종합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CDP용 파장 7백80nm의 VCSEL(Vertical Cavity Surface Emitting Laser Diode)과 DVD용 파장 6백50nm의 적색 LD를 계열사인 삼성전기에서 사업화해 양산하고 있으며 청색 LD는 삼성, LG, 현대 등이 광정보기록장치의 기록밀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단파장화한 제품을 개발중이다. 특히 LG는 앞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광기록용 LD를 개발, 오는 11월부터 CDR용 LD를 양산할 계획이며 DVD램용 LD도 개발중이다.

광통신에 사용되는 InP계열 LD의 경우 삼성, 현대, LG 등이 가입자용 1백55Mbps급 광송수신 모듈 개발을 완료하고 신뢰성 검증을 위한 필드테스트에 착수했으며 삼성과 현대는 2.5Gbps DFB모듈 개발까지 완료한 상태다. 이 가운데 현대는 올해 하반기부터 1백55Mbps급 광송수신 모듈과 이에 들어가는 LD, PD 등 개별칩 생산에도 나서 국내외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화합물 전자소자분야는 국제상사 전자사업부가 지난 91년부터 각종 FET, HEMT, HBT 등 개별 전자소자를 양산중이며 미국 레이시온과 국내 씨티아이의 합작회사인 CTIS가 96년부터 MMIC를 조립생산하고 있다. 이외에 삼성, LG, 현대 등 전자3사와 수산그룹, 광전자반도체, 아펙스 등도 화합물 전자소자와 관련된 연구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는 아직까지 초기산업이어서 시장진입이 늦지 않았다는 측면과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에 해볼만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통신에 주로 응용되는 MMIC의 경우 10㎓ 이상 제품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도 안정된 공정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데다 통신서비스의 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특정 MMIC의 시장 점유기간이 짧아져 독점적으로 MMIC를 공급하는 회사가 없는 상황이다. 청색 LED의 경우도 일본 니치아화학, 도요타교세이, 미국 HP 등 3사만이 상용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초기산업인 만큼 국내에 저변인구, 인프라 등이 전혀 구축되지 못한 상태다. 현재 화합물 전자소자를 연구할 수 있는 곳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범용 LED, LD 등은 대만산 등 저가제품에 밀려 이미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고 HEMT, MESFET, HBT 등 개별 전자소자류는 일본제품에 비해 품질, 가격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의 저변확대가 시급하며 미래를 대비해 기반기술 확보 및 축적을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수립과 사업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경쟁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기술확보와 관련해서는 투자에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초기부터 최신 선진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경쟁력 조기확보에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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