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21C를 열 "정보화 대통령"

梁裕錫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이제 12월 대통령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 때가 되면 후보들마다 크고 작은 수많은 공약들을 제시한다. 21세기를 열 새로운 지도자가 되려면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공약사업을 제대로 개발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21세기를 여는 다음 정부에서는 무엇을 정책의 핵심에 두어야 할까. 지난 92년 작고 강력한 정부를 천명했던 문민정부 출범시 내세웠던 중요한 국가 정책 중 하나는 「정보화」였다. 작고 강력한 정부를 지향하던 문민정부가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개편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정보통신산업과 정보화의 전략적인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수립과 집행의 일관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발전과 국가사회의 정보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문민정부의 정보화 정책은 별안간에 튀어 나온 정책이 아니라 이미 80년대부터 추진되어온 국가 기간전산망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민정부에서 추진하는 정보화가 과거와 다른 점은 단일 부처 차원에서의 추진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의 추진이라는 점이며 정보화의 토대가 되는 초고속 정보망 구축계획과 맞물려 있어 추진력이 겸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95년을 「정보화 원년」이라고 부르면서까지 국가 정보화에 대한 정책적인 비중을 높여 왔다.

문민정부의 정보화 추진은 법제도 및 정부조직 정비로부터 행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에 근거리통신망(LAN) 구축을 통한 업무자동화, 금융, 교육 등 부문별 전산망 구축, 정부자료의 컴퓨터망을 통한 공개 등 크고 작은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비록 늦었지만 전국적 금융전산망의 가동은 금융정보화를 통해 금융실명제를 뒷받침하면서 일반 국민들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고 토지전산망의 구축은 부동산실명제의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 내무부의 주민등록망은 이사 갈 때 전출신고를 아예 없애버렸다. 중앙정부기관들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대학,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웬만하면 홈페이지를 만들었거나 컴퓨터통신을 통해 민원행정 서비스를 비롯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의 정보화를 향한 움직임은 공공부문에 비하여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다. 언론사들의 주도로 시작된 인터넷 열풍이 한반도를 휩쓸기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이제 웬만한 기업들은 물론 개인의 홈페이지 숫자도 증가일로에 있다. 비슷한 집단에 속하는 단체간에 보다 고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한 좋은 웹사이트 만들기 경쟁은 양적인 정보화에서 질적인 정보화 궤도에 진입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인터넷 붐에 발맞추어 PC를 비롯한 정보통신기기의 판매도 절정을 달렸고 종합정보통신망(ISDN)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가 단말기 1000만대 보급을 운운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 데 이미 국내에 보급된 PC의 숫자가 1천만대를 넘어 섰다. 동일한 ID를 여러명이 공동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컴퓨터 통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이제 2백만명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야 할 정보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여러 문가들이 외화내빈이라고 지적할 만큼 우리나라 인터넷 열풍의 속사정은 답답할 때가 많다. 늦은 밤이면 접속이 잘 안되는 것은 다반사며 접속 중간에 자주 끊어지고 정보량이 큰 그림이나 자료를 검색할 때면 길이 좁아 기다리기 일쑤다.

더구나 인터넷 정보사냥을 하다 보면 우리 말로 된 볼 만한 웹사이트가 별로 없다. 결국 인터넷은 영어로 하는 여행일 뿐이다. PC통신 역시 무료로 제공되는 정보서비스 중 쓸 만한 것은 얼마 안되고 유료 정보서비스의 경우에도 정보의 깊이나 다양성에 실망하기 십상이다.

이는 모처럼의 인터넷 열풍을 지속시켜 줄 광대역가입자망의 구축을 비롯해 수요에 걸맞은 데이터베이스, 콘텐츠 등 정보산업의 활성화로 연결되는 여러가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화 고리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보화에는 왕도가 없다. 정보화는 국가사회의 여러 분야에 걸치는 포괄적이고도 광범위하여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원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만 있으면 되지만 편리한 이용을 위하여 준비하고 갖추어야 할 기반은 단번에 손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민정부에서 추진한 정보화는 이제 겨우 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21세기 국가경쟁력의 밑그림을 그린 후 기초를 겨우 닦기 시작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민간부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이 2010년대에야 완성이 되는 것처럼 정보화도 2010년대에 가서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정보화에 대한 투자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다음 정부가 효율적인 정부, 세계화를 추구하는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민정부에서 불을 당긴 범국가적인 정보화의 본격적인 추진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예로 보건대 비록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정보화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는 21세기에 대한 비전과 식견을 가진 지도자만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확신을 가지고 정보화를 이룩할 미래형 대통령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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