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19);풀바람시스템

풀바람시스템은 아주 특이한 회사다. 우선 이 회사는 모기업도 벤처기업이다. 풀바람시스템은 머드게임 「단군의 땅」의 서비스업체로 널리 알려진 마니텔레콤에서 파생된 기업이다. 또다른 특징은 관리부문 인력이 없다. 현재 12명 전원이 그래픽, 프로그램 등 전문개발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이 20대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3개팀으로 나뉘어 네트워크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풀바람시스템의 출발은 지난 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군의 땅」 개발부문을 맡고 있던 김지호씨가 대학생이던 94년에 선배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설립 당시 김 사장의 나이는 23세. 김 사장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회사를 차리게 된다. 한국과학기술대 재학시절 네트워크게임을 처음 접한 그가 게임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회사까지 설립하게 된 것이다.

게임에 매료된 김 사장은 과기대 내의 창고방을 빌려 머드게임인 「키드머드」를 개발할 정도로 네트워크게임 엔진 전문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잃은 것도 많았다. 게임에 몰두하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없어 결국 학사경고까지 받게 돼 자칫 잘못하면 학교를 떠나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할 수 없이 게임에서 일시적으로 손을 떼고 학업에 다시 몰두하지만 그는 게임의 세계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김 사장은 게임을 좋아하는 과기대 학생들 사이에서 대모로 불리던 장인경 사장(마니텔레콤)을 만나면서 게임 개발을 자신의 업으로 삼게 됐다. 그는 마니텔레콤에서 서비스하는 머드게임 「단군의 땅」의 엔진개발을 전담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단군의 땅의 기술부문을 맡았던 94년 11월 김 사장은 풀바람시스템을 설립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름만 존재했다. 올 6월 법인으로 전환되기 이전까지 별다른 실적이 없었다. 사업실적이 없다 보니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었다. 단군의 땅을 즐기는 유료서비스 가입자수가 월평균 3만건을 넘으면서부터 풀바람시스템은 마니텔레콤의 기술개발부문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마니텔레콤 장인경 사장은 『그동안 단군의 땅의 소유권을 풀바람시스템과 공동으로 갖고 있었다』면서 『앞으로 단군의 땅 소유권을 모두 풀바람시스템으로 넘겨줘 홀로 독립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풀바람시스템은 벤처기업인 마니텔레콤이 없었다면 빛을 보지 못하고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수준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이제 풀바람시스템은 기술개발 전담회사로 출발했다. 모든 관리부문은 마니텔레콤에 맡기고 네트워크게임 개발만을 전담하고 있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순수개발회사만으로 존립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모기업인 마니텔레콤이 있었기에 회사경영이 가능하다』고 들려준다.

그는 『최근 정부의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서류작성에서부터 은행업무까지 모두 마니텔레콤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이 부분에 신경을 썼다면 아마도 회사를 운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개발에만 주력하고 있는 풀바람시스템은 최근 단군의 땅 후속시리즈로 머드게임 「아사달시대」를 개발, 인포숍과 유니텔, 나우누리의 PC통신망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아사달시대는 「단군의 땅-신시시대」 같은 명령어를 사용하고 게임요령도 같지만 게임 시나리오 측면에서는 아주 다르다. 神중심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신시시대」와 달리 인간중심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협력 및 갈등관계를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게임은 서비스초기여서 그런지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김 사장은 『단군의 땅 시리즈로 지난 3년 동안 30만명의 게임사용자를 확보,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서 『새로 서비스되는 「단군의 땅-아사달시대」는 「신시시대」 게임 이상으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풀바람시스템은 「아사달시대」와 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는 웹게임 「아크매직-대마법사」의 알파버전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플레이어 자신이 마법사가 돼 전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게임의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오는 10월 중 상용화할 방침이다.

풀바람시스템은 이같은 서비스를 통해 올해 5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그러나 이 정도의 수준에서 머무를 생각은 없다. 개발력을 바탕으로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좁은 땅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 생각이다. 김 사장은 『지금은 네트워크게임이 싹을 틔우고 있어 경제성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2∼3년 안에 커다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판이 짜이기 전에 승부를 걸어 한자리를 차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회사는 미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마니텔레콤과 공동으로 현재 미국 새너제이 IBI(International Business Incubator:국제창업보육센터)에 사무실을 임대해놓은 상태다. 김 사장 자신부터 2∼3년간 미국에 상주할 생각이다.

풀바람시스템은 오는 10월부터 개발팀을 이곳에 파견,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네트워크게임을 개발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 회사는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업체들과도 제휴, 네트워크게임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네트워크 게임을 직접 서비스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미국 진출에 대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오는 10월 중 창투사의 지원을 받아 회사자본금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증자할 생각이다.

「벤처기업의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이제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치밀한 준비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나래를 활짝 펼 생각으로 벤처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풀바람시스템의 꿈이 무르익는 오는 2000년대에는 우리도 세계시장에 자랑할 수 있는 네트워크게임업체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철린 기자】

[인터뷰-김지호 사장

『회사 경영이 무엇보다도 가장 어렵다.』 김지호 사장(26)은 12명의 생계를 짊어지는 일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중앙대 산업대학원에 등록, 틈틈이 짬을 내 경영관리를 공부하고 있다. 8월 중순부터 서비스에 들어간 네트워크게임 「아사달시대」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쁜 김 사장을 만나 회사 경영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네트워크게임시장의 전망은.

▲한마디로 매우 밝다. 1년 안으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네트워크게임은 사람끼리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게임보다 훨씬 재미있다. 다른 한가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신인프라가 좋아지면서 네트워크게임 기술도 그만큼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2∼3년 안으로 네트워크게임업체들의 순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으로서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순수 개발회사를 설립, 운영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할지 모르겠다. 다행히 모회사 마니텔레콤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가능했다. 회사관리 문제는 전적으로 마니텔레콤에 맡겨 놓아 경영상 문제는 별로 없다.

-순수 개발회사만으로는 회사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살려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장점을 갖고 있는 파트너를 만나 공존하는 것도 회사를 키우는 한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마니텔레콤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에 개발에 전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

-네트워크게임에 주력하고 있는데 앞으로 사업계획은.

▲회사규모를 키우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언제까지 벤처기업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 10월 2∼3명 내외의 개발팀을 미국에 파견, 네트워크게임을 개발해 내년쯤 미국시장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과기대에 주식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자리까지 있게 해준 과기대의 지원에 보답할 생각으로 마니텔레콤의 장 사장과 함께 지분을 조금 내놓았다. 내가 게임을 개발한 창고방을 테크니컬비즈니스센터 건물로 짓는데 도움이 됐으면 해서 내놓은 것이다. 이 센터를 통해 학생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었으면 한다.

-벤처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한마디만 하고 싶다.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벤처는 사람으로 승부를 건다. 따라서 아이디어가 많은 젊은이들의 병역문제가 벤처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면 병역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현재 산업대학원에 등록, 경영공부를 하고 있어 연기해놓고 있다. 올해 안에 병역특례를 신청할 생각이다.

-끝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에게 한마디 한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창업을 해서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본인에게 많은 것이 남기 때문이다. 창업하기 전에 아이템을 준비하고 사람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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