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러시아 컴퓨터관련 2개 기관 대표성 놓고 경쟁

러시아에서 컴퓨터 관련 업체들을 대표하는 두개 기관이 대표성을 놓고 서로 다투고 있어 업체와 소비자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의 두 기관은 「러시아 컴퓨터 연합회」와 「러시아 컴퓨터 연맹」. 이들 두 기관은 서로 다른 컴퓨터 전시회를 각각 개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격 책정도 각각 다른 방식을 채택해 러시아 컴퓨터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 두단체의 영향으로 러시아 컴퓨터업계는 둘로 양분돼 업체들 뿐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당황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서 두기관을 통합하려고 하지만 통합의 주체를 어느 단체로 하느냐 하는 문제에 부딪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 연합회와 컴퓨터연맹은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컴퓨터 하드웨어 생산업체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그 회원으로 한다는 점만 일치할 뿐, 단체의 결성 배경과 활동 내역이 판이하게 달라 서로 이질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

컴퓨터 연합회는 회원 범위를 20여개 컴퓨터관련 대기업으로 제한해 비공식적인 클럽 형태로 운영된다. 연간 회비도 회원사당 무려 수만 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93년 12월에 결성된 이 모임은 사실상 회원사의 공동 이익과 컴퓨터 산업 조정을 위한 로비 단체 성격을 강하게 띄면서 최근들어서는 가격 담합까지 일삼아 일부 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단체는 원래 서구 컴퓨터업체들에 대항해 러시아 컴퓨터 산업을 육성,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결성됐다.

출범 초기에는 러시아 국내의 컴퓨터 시스템 제작자들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 보호에 일역을 담당했으나, 최근에는 간단한 선별과정만을 거쳐 일부 서구업체들의 대행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설립 목적 조차 희미해진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연합회는 「컴텍」이라는 대규모 국제전시회를 매년 러시아에서 개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러시아 컴퓨터 연합회가 대형 컴퓨터업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라면 러시아 컴퓨터 연맹은 중소 컴퓨터업체들의 모임이라고 볼수 있다.

지난 95년 여름 18개의 중소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공동 결성한 이 단체는 컴퓨터 가격의 인하와 기술의 공동 개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그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단계이다.회원사도 현재 1백개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정책이 비밀에 붙여지는 컴퓨터 연합회와 달리 컴퓨터 연맹은 대중적인 조직과 공개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내부 조직 또한 친목단체 형태로 꾸려가는 것이 아니라 전체 회의와 상설 위원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마련해 나간다.

단체 정관 또한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으며 회비도 연간 1천달러에 불과하다. 이같은 투명성과 적은 회비부담 때문에 회원사가 갈수록 늘어 난다고 연맹측은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단체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컴퓨터분야 「1백대 기업」도 높은 공신력을 쌓아가고 있다. 컴퓨터 연맹은 좀더 세력이 확대되면 컴퓨터연합회가 주최하고 있는 컴텍을 능가하는 국제적인 컴퓨터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사실 한 국가에 컴퓨터 관련 단체가 2개 이상 존재한다는 것이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두 기관이 서로 대표성을 다투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 시스템 가격과 소프트웨어 가격이 통일 되지 않아 애꿎은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는다는 데 있다.

소비자들 뿐 아니라 생산 업체들에게도 많은 불이익이 발생해 지금까지 여러 차례 두 단체의 통합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현재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컴퓨터연합회와 컴퓨터 연맹 가운데 어느 단체가 통합의 중심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감정싸움으로 번져, 현재 두 단체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냉랭한 상태이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얼마전 러시아 정부가 두 단체를 하나로 통합해 보자고 발을 벗고 나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컴퓨터 정책과 업계의 분열이 가속되고 무엇보다 컴퓨터 관련기술의 개발이 요원해 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두단체 통합 문제는 현재 러시아 정부 산하의 정보화 정책 추진 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바체슬라브 코르차긴 위원장은 『현재 정보화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정부 안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하고 『컴퓨터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국영 기업 및 사설 기업 연구소들을 기술 개발 분야에서 하나로 통합하는데 이 기금이 사용될 예정이며 우선 이 기금으로 컴퓨터 연합회와 컴퓨터 연맹이 같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두 단체를 정부 주도하에 통합할 예정이라고 장기적인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근들어 컴퓨터 연맹 측에 다소 밀리는 인상이 짙은 컴퓨터 연합회측은 원칙적으로 정부 안을 수용하겠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컴퓨터 연맹 측은 『다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며 신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통합문제가 어떤 해법을 찾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스크바=김종헌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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