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도 튀어야 인기끈다

우리 영화의 제목에도 흐름이 있다.한때는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돈을 갖고 튀어라>등 길고 시적 여운을 살린 영화 제목들이 제작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라>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등도 이런 경향에 편승한 영화들이다.

이어 <런 어웨이> <리허설> <헤어드레서> <미스터 콘돔>등 영어제목을 그대로 붙인 작품들과 로맨틱 코미디의 붐을 타고 <미스터 맘마> <고스트 맘마> 등 외국어와 우리말을그럴듯 하게 조합한 제목이 붐을 이루기도 했다.

요즘들어서도 이같은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오히려 한걸음 더나아가 영화 제목으로 부적절한듯하면서 보다 충격적이고 튀는 제목의 영화들이 잇달아 극장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김의 전쟁> <테러리스트> <나에게 오라> 등 선이 굵은 액션영화를 연출해온 김영빈 감독의 다음 작품 제목은 <기집애>.비속어를 거르지 않고 썼다는 점에서 여성관객을 자극하려는 제작자의 의도가 깔려 있는 제목이다. 이 영화는 「기집애」라는 소리가 나오면 도저히참지 못하는 열혈여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물로 진희경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또 일신창업투자가 지원하고 드림서치가 제작할 예정인 영화는 <집>이다. 『무슨 영화 제목이이래.』라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부추길 만한 단어를 선택했다. 이 작품은 죽은 남편이 집이 되어 사랑하는 아내에게 나타난다는 비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드라마다.

인터픽쳐가 창립작품으로 기획중인 야설록 원작의 <불꽃처럼>역시 소설과 같은 이름이긴 하지만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상적인 제목이다.또 이창동 감독의 다음 작품 <박하사탕>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영화제목으로 튀는 영화다.중년관객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신세대에게도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3회 서울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정지우의 단편영화 <생강>도 평범하지않은 제목.80년대 운동권 출신 부부의 일상을 그렸지만 제목만 보면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김성홍 감독이 제작중인 스릴러물도 관객들에게 오싹한 기분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올가미>를 제목으로 택했다.

최근 개봉작중에는 장선우감독의 <나쁜 영화>가 가장 도발적인 제목으로 손꼽힌다.자극적이고 역설적인 제목이 관객동원에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목이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소설의 경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60년대말 출판되어 빛을 보지 못했던 피천득의 수필집은 <인연>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포장되어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됐다.또 김정현의 소설은 작가가 원래 내놓은 <안락사> 대신 해냄출판사에서 <아버지>라는 가슴 뭉클한 제목을 붙여 독자들의 호감을 샀다.

더구나 영화는 소설과 달리 흥행이 일단 끝나면 리메이크를 하지 않는한 같은 내용으로 다른 타이틀을 달아 재개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목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비속어를 사용해서 지나치게 자극적인 제목을 찾는다거나 품위없는 외국어의 조합으로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며 『<초록물고기>처럼 평범하면서도 아름다운 우리말 제목을 사용해인기를 끄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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