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16);KMW

벤처기업의 특징을 말할 때 종종 「혜성같다」는 표현을 쓴다. 이는 어느날 갑자기 떠오름을 말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이 그리 길지 못하다는 측면도 반영하고 있다. 독창적인 기술로 일단 성공하지만 커진 몸집에 걸맞은 관리능력 부족 등으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KMW(대표 김덕용)는 바로 이런 문제를 일찌감치 인식, 지난해 제2창업 선언과 함께 발빠른 변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다.

KMW는 지난 91년 1월 설립된 이동통신 기지국용 수동소자 전문 생산업체. 당시 전무했던 이동통신용 부품의 국산화를 내걸고 서울 신도림동에 12평의 공장을 마련한 것이 시작이었다. 비록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초기 2년 동안 시련을 겪은 KMW는 이동통신시장이 부상한 93년부터 연 4백% 이상의 기록적인 매출신장을 거듭, 지난해 1백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2백억원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는 목표인 5백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KMW가 최근 다양한 제2창업 프로그램 시행에 비지땀을 흘리는 것은 과거의 장밋빛 성적표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제2도약의 기본 틀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역점을 두는 사업이 적극적인 해외진출이다. 그동안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매달릴 경우 성장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이동통신 기지국용 부품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매출액의 20%에 육박하는 80억원을 수출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미 연초부터 백방으로 뛰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수출이 내수보다 많은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채택했다. 연초 미주시장 공략에 이어 최근에는 미래 황금시장인 중국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다음 차례로 유럽시장을 꼽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방법에 대해서도 한층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 김덕용 사장은 이와 관련, 『현재 단순 판매위주의 해외시장 공략이 전부이지만 현지화 전략도 구상중』이라며 『이미 상당부분 조사가 진행돼 올해 안에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지국용 통신부품의 해외생산은 아직 전례가 없다.

KMW는 또다른 중요한 변신전략을 제품에서 찾는다. 그동안 주력제품이었던 생산기술 지향적인 수동부품에서 한차원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능동부품, 또 이들을 결합한 시스템 중심으로 점차 무게중심을 이동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고전력증폭기(HPA), 저잡음증폭기(LNA), 업/다운 컨버터 등 각종 능동부품과 기지국용 표면탄성파(SAW)필터 등 고부가가치 신규사업을 적극 펼치는 한편 이들을 뒷받침하는 기반기술인 박막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수동부품에다 이들 능동부품까지 합하면 RF 및 마이크로웨이브 부품분야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업체가 될 것이라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러시아의 기술자 16명을 초빙, 각종 신제품 개발에 투입했으며 시설투자비로 올해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3백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미 기계가공능력 확충을 위한 제3공장을 올 초 완성한 데 이어 신제품과 기존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2개의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마지막으로 역점을 두는 것은 관리체계의 확립.

김 사장은 이와 관련, 『벤처기업이 성장 후에 부딪히는 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을 현 부사장에게 이양, 회사를 총괄 관리하도록 하고 연구개발 및 마케팅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캐치 2001」 「ISO 9000」 등 각종 품질 및 경영혁신운동도 전개, 성장에 맞는 기업체질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KMW는 올해의 투자를 발판으로 오는 2000년에 매출액 3천억원을 돌파하는 종합 무선통신기기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의욕적인 플랜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능동부품을 전략 상품화하고 이들 능동부품과 수동부품을 결합한 서브시스템을 집중 공급하는 한편 98년 이후에는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FPLMTS)용 기지국 장비, 위성통신 기지국 장비 및 위성통신 탑재장비 등 시스템 일체를 개발, 생산할 예정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지난 95년 설립한 미주법인의 기능을 확대하고 동남아지역과 유럽지역에 추가로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며 99년 수출 1천1백억원을 달성, 국내 매출을 초과하는 한편 2000년에는 수출만으로 2천억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또 국내시장에서는 시스템업체와 개발단계부터 참여하는 공동연구체제를 확보하고 무선통신 관련 표준화 규격제품 시장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련 시장의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익창출. 매출증대와 더불어 「이익을 남기는」 영업을 지향, 지난해 19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을 올해 80억원, 2000년에는 5백억원까지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작지만 2000년대를 준비하는 벤처기업. 그 전략은 사업은 확대하되 사업영역은 더 전문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터뷰] KMW 김덕용 사장

『처음 창업할 때는 누구나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시작하지만 그 시장이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김덕용 KMW 사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오직 한가지 일에 몰두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없지만 일단 성공하면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 덩치는 이미 커진데다 다음 목표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아 잘못하면 도태될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KMW가 「제2창업」을 기치로 내걸고 변신을 서두르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제2창업이 지향하는 방향은.

▲시장과 제품 등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찾는 것이다. 시장측면에서는 국내에 한정돼 있던 시장을 세계무대로 넓히는 것이고 제품측면에서는 기술적으로 한차원 높은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직접 해외영업을 진두지휘한다고 들었는데.

▲마케팅 및 연구개발을 위해 대표이사직을 부사장에게 넘겼으며 일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뛰고 있다. 현재는 중국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국토가 넓은 중국의 이동통신산업은 앞으로 급신장할 것으로 보여 시장 선점을 위한 현지화전략도 적극 검토중이며 올해 안에 결정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현지법인과 국내 공장, 중국 공장을 연결하는 3각 연계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전문경영인제도는 어떤 의도에서 도입했나.

▲벤처기업이 비대해진 후로는 경영관리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다. 회사운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잘하는 분야에 주력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본다.

-최근 KMW의 엄청난 투자에 대해 외부사람들이 놀라고 있는데.

▲올해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3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제품의 사업화가 중심이고 일부는 기존 시설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다. 신사업은 주로 기지국용 각종 능동부품을 생산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능동소자 생산의 핵심인 박막기술 개발을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능동소자나 주요 수동소자의 기판에 적용되는 이 기술은 거의 반도체기술과 같다. 이밖에 고전력증폭기(HPA)가 개발완료 단계에 있는 등 이동통신용 각종 앰프, 마이크로웨이브용 앰프, 기지국용 SAW필터 등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규사업들이다.

-러시아 기술인력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마이크로웨이브 분야의 러시아 엔지니어 16명을 국내에 초청, 각종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상용화기술은 발달했지만 기초, 첨단기술분야와 관련분야의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를 찾기는 어렵다. 러시아 기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적당한 사람이나 도입루트를 찾기가 쉽지 않아 1년 동안 시도한 끝에 올 초 성사시켰다. 다만 러시아 엔지니어들은 기술수준이나 연구방식 등이 우리나라와 달라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2∼3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이들을 활용할 생각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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