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15)

뿌아아아아-.

디주리두 소리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춤추는 암컷 파리가 수컷 파리가 준 선물에 몰두해 있고, 그 암컷의 등 뒤에서 수컷이 여유 있는 섹스를 계속해대고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사내는 테라코타의 젖꼭지를 애무하던 손을 아래로 옮겨 두덩을 살살 어루만지며 화면을 계속 응시했다. 수컷이 가져다주는 선물의 질에 따라 섹스시간을 정해 주는 파리, 인간사회도 그러한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내였다. 사내가 자신이 쓰던 오피스텔을 통째로 혜경이 사용하게 한 것도 그 원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브 앤드 테이크.

주고받는 것, 즉 교환은 인간사회를 결속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인간사회의 근본이 남자와 여자이듯이 인간사회를 결속하는 접착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남자와 여자라는 조건이다.

요철(凹凸).

그것은 진실이다. 남자와 여자라는 조건이 배제된 사회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요철(凹凸)은 진실이다. 그 진실을 위해 춤추는 파리도 춤을 춰대고 선물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천정을 가득 메운 화면으로 또다른 파리가 나타났다. 파리 가운데 가장 크고 맹렬한 파리의 하나인 도둑 파리였다.

윙윙거리며 섹스 파트너를 찾듯 날아다니는 수컷 파리. 암컷 발견. 접근할까 말까를 망설이던 수컷 도둑 파리가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암컷의 등 뒤로 올라탔다가는 재빠르게 도망쳐 나온다. 순식간에 섹스를 끝낸 것이다.

또 다른 수컷 파리도 마찬가지로 윙윙거리며 섹스 파트너를 찾다가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섹스를 하고는 빠르게 도망쳤다. 또 다른 수컷 파리도 마찬가지로 재빠르게 암컷의 등 뒤로 올라타 섹스를 순식간에 해버리고 도망치는 모습이 반복되어 비쳐졌다.

수컷 도둑 파리가 윙윙 큰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것은 섹스 파트너를 선별하는 것이 아니다. 암컷 파리면 무조건 섹스 파트너로 오케이다. 그러나 도둑 파리의 암컷은 사마귀와 마찬가지로 수컷 파리를 잡아먹기 때문에 도둑 파리의 수컷은 암컷 가까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달려들어 급히 볼일을 보고는 달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색욕이 꿈틀거리면 다른 파리를 탐색하여 생명을 건 섹스를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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