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끝은 어디인가.」
올 연초에 터진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잇달은 부도로 불어닥친 게임 소프트웨어업계의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시중에서 어느 정도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삼국지5」 「대항해시대3」 「레드얼럿」 「디아블로」 등 소위 대작으로 이름난 작품들이다. 이들 게임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팔리는 작품이 거의 없다. 용산상가의 한 관계자는 『여름방학이라는 성수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대작이라 불리는 게임을 내놔봐야 3천∼4천개 팔리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게임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유통업체들의 회전사이클이 막힌 때문. 즉 부도여파로 인해 유통업체들의 재고가 쌓여 새로운 제품을 조달할 여력을 상실하면서 게임 유통구조의 근간이었던 총판체제가 붕괴된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제품을 공급할 유통업체가 없다』면서 『예전처럼 한 업체에 국한하기보다는 여러 업체에 나눠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그나마 이를 제대로 소화할 만한 유통업체가 드물다』고 말한다.
특히 게임 유통업체들간의 자전거래가 막힌 점도 게임업계의 불황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게임 유통업체들은 서로간에 제품을 회전하면서 재고를 줄여 왔으나 부도에 물린 유통업체들이 많다 보니 섣불리 제품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자전거래가 끊겼다.
이와 함께 게임 공급업체간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많은 제품들을 출하하고 있는 점도 경기불황을 가속화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시장의 규모가 4백억원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월평균 30∼40편의 게임 소프트웨어가 출시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유통업체들이 시장규모 이상으로 쏟아지는 게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게임업체들의 불황은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시장의 성장속도보다 한발 앞서 업체들의 과다경쟁에다 경기침체라는 외부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생겨난 것이다. 게임업체들이 겪고 있는 불황은 게임업체들 스스로가 불러온 셈이다.
정작 이같은 불황을 타개할 만한 돌파구가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뾰족한 타개책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자 게임업체들은 모든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고 있다. 게임 공급업체들은 유통구조의 문제로 돌리고 있으며, 유통업체들은 무분별하게 수입에 손을 대고 있는 게임 공급업체들에 모든 문제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공동으로 어떤 타개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게임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찬바람 불면 다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속에 인내심을 갖고 올 겨울시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불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게임업체들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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