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었다.
화면에서 수컷의 머리가 사라진 것은 순간이었다.
암컷이 입을 크게 벌리는 순간 수컷의 머리가 화면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그 위세 당당하던 수컷은 이제 암컷 사마귀의 한낱 먹이로, 제물로 화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암컷에게 머리를 먹힌 수컷은 여전히 암컷의 몸속 깊숙이에 생식기를 박은 채 교미를 계속하고 있었다.
진실. 수컷 사마귀에게 그것은 진실이었다. 머리가 잘려나간 후에도 행하는 섹스. 그것은 진실이었다.
수컷 사마귀의 교미동작은 그의 배에 있는 신경구에 의해 진행된다. 오히려 머리가 잘림으로써, 신경구가 잘려짐으로써 느끼는 교미의 자극은 더욱 커진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그것보다 더한 진실은 수컷 사마귀에게는 없다.
머리와 아랫도리의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인간을 많이 닮은 사마귀. 인간에게 있어서의 진실도 수컷 사마귀의 진실과 같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마귀의 머리에서 보내는 섹스를 억제하는 신호가 머리가 잘려 나가면서 정지되고, 머리가 잘린 후부터 수컷 사마귀는 완전한 쾌락을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완전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수컷이 암컷을 성적으로 만족시켰다고 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서로의 엉김을 푼 후 각자의 길을 가다가 암컷의 돌연한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엔 성욕이 아니라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이미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수컷에겐 암컷을 피해 달아날 기력이 남지 않게 된다.
성인(聖人)을 연상시키는 외적 자태와 절제할 줄 모르는 탐욕이 빚어내는 이중성의 완전한 표출로서 사마귀의 비극은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 섹스를 죄악시하고 불결시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섹스를 하는 인간은 동물과 다름없다고 여겼다. 아랫도리의 성기를 인간과 동물의 유일한 공통분모로 보았다. 그래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바로 섹스를 넘어서는 것으로까지 보았다.
과학문명이 발달할 대로 발달하고, 인간도 많이 영악스러워졌지만 아직도 아랫도리 부분의 문제에 있어서는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것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좋은 느낌.
사내는 그렇게 여겼다. 섹스는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진실이었고, 자신과 혜경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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