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창의적 기술교육

첨단기술을 개발해 기술선진국과 경쟁하려면 제품의 생산원가에 연구개발비의 비율을 점차 높여나가야 한다. 이것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첨단기술은 핵심기술인 원천기술력과 창의적인 응용기술력이 함께 이루어내는 결과이다. 원천기술의 확보에는 재원과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한다. 원천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는 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재원과 시간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용 재원을 많이 확보하려면 우리가 개발한 제품이 무엇보다도 잘 팔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제품의 제조기술에 원천기술 못지않게 창의적인 응용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

제품의 첨단 기술성을 창의적인 응용성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교육적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고려하여 대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첫번째로 기술 교육적인 측면에서 창의적인 응용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의 학력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기술분야에서 학력이 높다는 것은 기술 잠재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학력위주의 기술력이 너무 강조되면 기술개발이 모방적이고 경직되어 창의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기술의 발전에는 기술적인 잠재력과 창의적인 응용력이 함께 필요하다.

두번째로 오늘날의 외형적이고 획일적인 기술교육은 기술 잠재력만 높일 뿐이다. 특성화된 교과과정을 갖춘 대학이나 학과보다는 입학시의 학력고사 수준에만 의존하는 대외 평가방법은 기술 잠재력만 강조할 뿐이다. 또한 경진대회나 능력평가 대회 등을 통한 다양한 개인 평가방법보다는 획일화된 교과과정의 수학 능력만을 평가하여 등급을 부여하는 교육방법으로는 기술의 창의성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세번째로 기술의 잠재력을 육성하는 배경에는 국가 기술정책 측면에서도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기술분야를 양성하고자 할 때, 전국의 모든 대학들을 대상으로 특성화되었거나 추진 중에 있는 대학을 보통 모집하게 된다. 특성화하면 자금지원을 해주겠다는데 마다할 학교가 어디 있겠는가. 자금지원이 있는 기술분야들에 대해 모든 대학들이 특성화하겠다는 것은 그냥 외형적으로만 기술교육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규모가 비교적 큰 대학만이 계속 지원을 받게 되어 외형적인 기술 잠재력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형화된 대학은 국가의 특별지원이 없어도 스스로 경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경쟁을 유발한다면서 외형적인 규모에만 의존하는 정책지원은 향후 국가 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네번째로 대학은 스스로가 정책결정에 있어 장기적이고 일관된 기술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래의 기술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대학 자체가 특정 전공분야를 선별하여 이를 특성화해 가는 차별화된 교육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 학부화 또는 계열화하는 대학에 특별히 지원하겠다는 정보를 먼저 입수한 대학이 그동안의 교육방침을 하루 아침에 저버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원 중심의 대학을 선별하여 지원하겠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그 지원금을 향해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교육정책을 변경한다. 그렇게 많은 대학들이 대학원 중심제로 전환하여 연구개발 인력들만 배출한다면, 산업체의 기술인력은 어느 대학이 감당하겠는가.

또한 중소업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창업지원을 육성하는 학교에는 특혜를 주겠다는 말에 그러잖아도 부족한 교육시설을 급조하여 제공하고 있는 대학의 현실은 기술 교육정책이 장기적인 측면보다는 외형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것을 예증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현실에서는 기술 잠재력을 나타내는 학력만 중시되고 응용기술을 창출해갈 수 있는 창의성 있는 지혜로운 기술교육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기술교육에서 외형적인 학력에만 치중하거나 획일적인 교과목의 주입만을 강조하게 되면, 졸업생들이 기존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제조하는 능력은 우수하여도 응용제품을 새롭게 도출해내는 창의성이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기획이나 교재의 마련에서부터 다양한 평가방법을 적용하고, 창의적인 응용성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특성화된 전공 단위로 국가정책의 지원이나 기술교육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