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09)

다섯 시간.

화면에는 암컷과 수컷 사마귀의 섹스 모습이 계속 비쳐지고 있었다. 다섯 시간. 섹스를 시작한 지 다섯 시간이 경과했다는 자막이 나타났다. 다섯 시간 동안 수컷은 암컷 사마귀의 몸속에 생식기를 깊숙이 박고 섹스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내는 화면을 계속 응시하며 손을 오목하게 한 채 테라코타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뿌-. 뿌-. 뿌. 몸 전체로 불어대는 듯한 디주리두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내는 테라코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듯 자신의 아랫도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컸다.

혜경의 젖가슴은 테라코타의 젖가슴보다 차리리 컸다. 블라우스 위로 풍만하게 솟구쳐 있었다. 새끼손가락. 누르는 듯 마는 듯 사내는 혜경의 한쪽 젖가슴을 자연스럽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젖무덤 아래쪽에서 천천히 압박하며 꼭지 쪽으로 움직여 갔다. 쪽지점을 살짝 압박한 후 젖꼭지 위쪽으로 움직여 갔다.

맨살.

브래지어 라인을 벗어난 위쪽 젖무덤이 얇은 실크블라우스 아래 그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사내는 서두르지 않았다. 브래지어 라인을 따라 천천히 움직여 갔다.

단추와 단추 사이의 틈으로 새끼손가락이 늘어설 때도 서두르지 않았다. 동그라미를 그리듯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 틈으로 다가들었다.

그러면서 사내는 그날 낮에 보았던 그 검은 말의 생식기를 떠올렸다. 팔뚝만한 거대한 성기. 암컷의 엉덩이를 툭툭 두들기며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러대던 그 종마를 떠올렸다.

양쪽 젖무덤 사이의 가파른 계곡으로 들어선 후에도 결코 성급하게 굴지 않았다. 양쪽 젖무덤을 보듬고 있는 브래지어 라인을 따라 천천히 움직여 다닐 뿐이었다. 잘못되어도 플로차트의 처음은 섹스. 어떻게 진행되느냐 하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여섯 시간.

사마귀의 섹스 광경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화면의 한쪽으로 여섯 시간이 경과했다는 자막이 나왔을 때 사내는 생각의 끈을 화면으로 되돌렸다. 여섯 시간. 여섯 시간 동안 암컷 사마귀와 수컷 사마귀는 섹스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기나긴 교미 끝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듯 갑자기 암컷 사마귀가 체위를 바꾸기 시작했다. 깊숙이 삽입되어 있는 수컷 사마귀의 생식기를 그대로 박아두고 암컷 사마귀가 수컷의 등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를 등쪽으로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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