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에어컨 광고에 기상마케팅 도입

『비오는 날에는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에어컨 광고에도 기상마케팅이 도입되고 있다. 에어컨 전문업체는 물론 가전3사들은 「여름 매출」 1순위인 에어컨 판매를 위해 막대한 광고판촉비를 쏟아붓고 있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곧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중에 출시된 에어컨 성능은 대부분 비슷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선택기준은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가 좌우한다. 각 사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TV, 신문, 잡지 등에 연일 광고를 싣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끌고 있는 만도기계 위니아 에어컨의 경우 에어컨의 냉방능력을 성적소구로 연계시켜 광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사례.

경쟁적인 광고도 그러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광고의 효과를 피드백해 분석한 결과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 기후에 민감한 계절상품인 만큼 광고도 기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실제 비가 오거나 궂은 날, 평년이하의 기온을 나타내는 때에 판매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반면 무더운 기후일수록 주문량은 폭주하고 소위 말하는 「광고발」도 잘받는다. 에어컨을 사야겠다는 장기적인 의식이 무더운 날 신문, TV광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에어컨 각 사의 광고를 담당하는 일선담당자들도 광고의 효과를 위해 순간순간 변하는 그날의 날씨에 대처하느라 분주하다.

LG전자는 비오는 날이나 장마철에 에어컨 광고를 않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TV의 경우는 한달, 신문은 2일전에 광고집행을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낭패를 보는 수가 많다. 기상예보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미국, 일본 등 기상예보 선진국으로부터 1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세계 주요도시의 여름철 날씨정보를 수입(?)한다.

입수된 날씨정보는 광고뿐만아니라 판매예상물량을 정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에어컨 부품을 조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 생산량을 측정한후 부품을 확보해 놔야 제철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생산량을 측정한다는 것은 재고의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는 일이다. 이러한 위험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보다 정확한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그야말로 생생한 정보를 돈주고 산다.

광고를 담당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문사, 방송사에 미리 광고를 넘겨놓고 날씨가 화창고 무더우면 게재하고 비가오면 취소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타 상품에 비해 에어컨은 광고하기가 까다로운 품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보다 확실한 물량조절을 위해 업계마다 예약판매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에어컨의 가장큰 마케팅전략은 역시 「기상마케팅」이다. 또 이러한 「기상 마케팅」이 광고에도 적용돼 비와함께 울고 웃는 야릇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경우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