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尙勳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장
오늘날 지구촌은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지적 생산기반과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차세대 자산을 준비하고 축적하려는 광범한 에너지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열기의 중심에는 「정보」라고 하는 꺼지지 않는 열원이 자리잡고 있어 세계 각국들은 다양한 정보의 생성과 가공, 보편적 분배 및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간접자본이 곧 21세기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정보고속도로라고 명명된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하부구조 건설에 몰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보사회를 향한 초고속망의 실질적 건설에 있어서는 동원된 수식어만큼 화려할 것 같지는 않다. 이는 초고속망의 독자적 사업모델과 공정경쟁 사업구도 등의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대단위 통신망 구축에 필수적인 안정성과 확장성, 그리고 융통성을 부여할 수 있는 소요기술의 타당성과 기술 적용에 따른 경제성 논의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국가의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초고속망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관련 사업 및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이용주체의 권익을 보장하며 국가적 비용부담을 최소화 하려는 관점에서 출발하려는 공통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에 몇가지 첨언할 것이 있다.
첫째, 초고속망은 기존 통신망과 차별화된 통신망 기능과 서비스 영역을 가져야 한다. 기존 제반 통신망들은 특정 서비스에 한정적이고 상호 독립적인 통신망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쟁환경하의 통신망들은 동종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개별 통신망의 기능이 독립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일체형 구조로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트래픽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집선 효용을 저해하여 통신설비 및 회선의 과도한 중복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초고속망은 이러한 기존 통신망의 구조와는 다른 계층화된 개방망 구조 및 사업 모델에 따라 통신 및 통신망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구축되어야 한다.
둘째, 초고속망에 적용되는 통신망 구성기술은 성숙도가 높은 안정화된 기술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통신망의 구축은 주로 서비스 품질의 향상 또는 서비스 능력의 확장을 목표로 하여 오랜기간 검증을 거친 실증적인 기술에 의해 설계되고 시공되는 추진 구도를 가지고 있다. 초고속망과 같은 대규모 통신망의 경우 현장 및 검증을 거치지 않은 기술이나 표준화 기구의 확인이 불가능한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은 서비스의 영속성을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의 범용성은 지속적인 기술 진보가 가능하다는 특징외에도 통신망을 유기적으로 구성하고 운용하는 설계, 관리기술의 습득이 용이하다는 또 다른 장점을 가진다.
셋째, 초고속망이 지향하고 있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라는 이상을 일거에 하나의 선로에서 실현해야 한다는 도식적 사고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초고속망의 초기기능은 고속 컴퓨터 통신을 근간으로 전개하고 추후 계층별 통합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초고속망의 하부구조는 정보유통량의 신축적인 신장세에 능동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확장성 구조를 가져야 한다. 만일 통신망의 하부구조가 이러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정보유통량이 일정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설비의 추가 증설로 이어져 초고속망 구축을 위한 비용 총액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초고속망은 사업 초기 비대칭, 중간대역 서비스의 범위로부터 대칭형, 실시간, 광대역 서비스에 이르는 전체 서비스 범위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하부구조로 구축하여야 한다. 이것은 하나의 유기체로서 통신망 구성의 논리적, 경제적 시너지를 하나의 기술 계열로 극대화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한된 능력을 가지는 하부구조는 추후 범위의 경제성을 잃게 되어 또 다른 미디어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며 과도한 능력의 하부 구조는 규모의 경제성을 상실하여 일거에 과도한 기회 손실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아날로그 방송 서비스를 근간으로 하는 케이블망이 최근 디지털 위성방송(DBS)에 의해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과 90년대 초기 광케이블을 모든 가정에 연결하려던 전략 (FTTH)을 퇴조시킨 xDSL 모뎀기술의 괄목할 발전과 가격 하락으로부터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다섯째, 초고속망의 하부구조는 기존 통신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건설되어야 한다. 이것은 차세대 통신기술이 기존 통신자원을 이용하는 기술경로와 경제적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이제는 사양길에 접어든 일부 기술방식에 의존하여 기존의 특정 서비스망을 더욱 확장하고 이를 이용하여 초고속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본말전도식 논리적 비약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초고속망은 21세기의 경제, 사회, 문화를 떠받칠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이러한 자산의 뼈대를 형성할 하부구조는 견고하고 안정적이며 숙성된 기술에 의해 성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아직은 때가 이르지만 태교에 골몰한 예비 어머니의 심정으로 건강한 아기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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