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강업체의 수성이냐, 외국계 새 강자의 탄생이냐」.
그동안 자국 업체들로 지켜져 온 일본 PC통신시장이 이 분야 세계 최대 업체인 미국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신규진출로 지각변동의 가능성을 내비치며 술렁이고 있다.
AOL은 자사가 50% 출자하고 나머지 50%를 미쓰이물산(40%)과 日本經濟新聞社(10%)가 출자하는 형태로 AOL재팬을 설립하고, 지난 4월 중순부터 일본어판 서비스를 개시했다.
AOL 서비스는 소리나 그림을 활용한 간단한 조작, 인터넷과의 신속한 접속 등을 무기로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독일, 영국, 캐나다 등에서도 제공되고 있고, 97년 4월 말 현재 전세계에서 8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맞설 상대는 일본 최대 PC통신업체인 「니프트서브」. 지난 86년 후지쯔와 닛쇼이와이가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업체로 일본 PC통신의 개척자나 다름없다.
니프티는 특히 회원간 정보교환 창구인 「포럼」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고, 97년 4월 현재 2백16만이라는 적지 않은 회원을 확보해 AOL로서도 공략이 쉽지 않은 상대이다.
그럼에도 AOL은 앞으로 3-5년내 회원수에서 니프티를 제칠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AOL이 선택한 무기는 역시 어느 분야에서든 후발업체가 신규참여할 때 들고 나오는 「가격」. AOL이 제시하고 있는 요금은 접속료를 포함해 3시간 기준 월정 9백80엔으로 니프티(월정 1천8백엔)의 절반에 가깝다.
게다가 사용자는 이 요금만 내면 뉴스,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모든 콘텐트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AOL의 파격적인 가격체계에 대해 니프티측은 『사실상 무리』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콘텐트 요금까지 포함하는 가격체계는 전체 수입의 감소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콘텐트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니프티의 경우 콘텐트는 유료데이터베이스로 해 이용시 추가요금을 받고 있다. 추가요금은 전체 매출의 14% 정도이고, 여기서 수수료를 뺀 나머지는 정보제공업체의 수입으로 돌아간다.
니프티의 의문에 대해 AOL은 『정보제공업체에게 홈페이지를 AOL의 콘텐트에 이식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해 이들의 실제 코스트부담은 적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각 정보제공업체에 대해 『접속시간에 비례해 사용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AOL이 이처럼 무리한 가격체계를 들고 나온 것은 사실 주 타켓을 가정에 맞추는 고객차별화전략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즉, 주부나 어린이 등 초보자들에 파고들기 위해선 저렴한 요금이 최상책이라는 계산이다.
AOL이 가정 수요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은 지난해 일본내 PC판매대수가 7백50만대에 이르는 등 이미 일본에도 홈PC시대가 도래해 금후 가정수요가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AOL은 따라서 자사 서비스가 조작이 쉽고 편리한 데다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초심자를 중심으로 빠른 추세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AOL의 자신감 이면에는 미국에서의 성공 경험도 큰몫을 하고 있다. AOL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후발업체로 참여했지만 컴퓨서브나 프로디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게다가 AOL은 미국 PC통신이 지난해 12월부터 저가의 정액요금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AT&T 등 전화사업자들이 참여한 인터넷서비스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사업을 확대해 왔다.
반면에 니프티는 NEC계열 PC통신업체인 빙로브와 공존하며 별 시련없이 성장해 왔다.
AOL의 공세에 대해 니프티는 『아스키네트 등 중소업체들이 철수하고 대형 업체만이 살찌는 현 상황은 좋지 않다』며 신규업체의 진출을 환영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AOL의 예상대로 홈PC시대로 넘어가면서 일본PC통신시장이 변화될 때 니프티가 최대업체로 존속할 지는 의문이다.
온실 속에서 성장해 온 니프티와 산전수전을 다 겪은 AOL간 격돌이 어떻게 판가름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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