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12);메디다스

『심장질환 치료로 유명한 서울 모 병원 흉부외과 과장 K씨. 하루에도 몇번씩 컴퓨터와 씨름하며 원격진료에 나서고 있다. 오늘 환자는 전남 진도에 거주하는 40대 남자. 전남 진도의 한 병원에서 네트워크로 전송해온 환자의 진료기록과 X레이,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를 보며 환자의 상태를 진단, 현지 의사에게 치료방법 등을 일러준다.』

물론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원격진료는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다. 이미 울진, 구례, 백령도 등 농어촌의 작은 병원과 대도시에 있는 대학 및 종합병원이 원격영상회의와 원격의료영상시스템으로 연결돼 환자와 의사 또는 의사와 의사 간에 영상자료 교환과 대화를 통해 진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의료원은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과 텔레메디신(영상진료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협진,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명의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OECD 가입을 계기로 의료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키 위해 병원마다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섰거나 나설 계획이어서 조만간 이같은 원격진료는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병원 정보화 및 의료정보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망 벤처기업이 바로 메디다스(대표 김진태)다.

94년 12월 설립, 세 돌이 지나지 않은 메디다스는 회사의 나이뿐 아니라 55명인 직원의 평균연령도 27세로 매우 젊은 기업이다.

92년 6월 서울대 의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김진태 사장(34)은 정부 과제인 이미지 필링&텔레레디올로지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 사업화할 기업을 찾고 있던 중 메디슨과 인연이 돼 메디슨의 제 1호 사내 벤처기업인 마이다스사업부를 공식 발족하게 된다.

김 사장은 어차피 시장성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향상시키는 것이 기술자의 사명일 바에야 학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을 이끌고 산업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에 앞서 김 사장은 88년 모회사인 메디슨, 서울대학교 의공학교실과 공동으로 당시 상공부 공업기술기반과제인 「병원 디지털 영상전송장치(PACS)」 개발을 수행, 국내 최초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이어 90년 한국통신의 「원격의료영상진단장치」 시범사업체로 선정돼 서울대병원과 연천보건소, 경북대병원과 울진보건소 간 국내 최초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오늘날 의료정보산업을 선도하는 메디다스가 있기까지 6년의 준비기간이 있었던 셈이다.

92년 9월 마이다스사업부 발족 후 첫 작품인 「MIDAS:의원용 영상관리시스템」을 개발, 아시아 초음파학회에서 발표해 호평을 받았으며 이에 힘입어 93년 12월 두번째 제품인 「의사랑 1.0:의원용 전자차트시스템」을 비트컴퓨터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의사랑은 병, 의원에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 환자 접수, 상담, 진료기록 작성과 전달 및 의료보험 청구까지 전산화한 소프트웨어로 현재 WIN 버전에 이르기까지 6차례 버전업 과정을 거쳐 국내 의사의 인지도 95%와 시장 점유율 90%를 기록하는 등 국내 병, 의원의 의료정보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

김 사장은 『의사랑은 정보화가 가장 낙후돼 있는 의료분야에 최첨단 멀티미디어 환경의 진료시스템을 구축, 차트관리, 의료보험 청구 및 원내 업무처리를 전산화해 진료업무의 효율성과 경영 합리화를 기할 수 있다』며 『향후 전자주민등록증, 건강카드, 의료보험의 EDI 청구 등 정부 주도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전자문서를 공식 문서로 인정하는 법률안 통과 등 제도적 보완 및 각종 정보통신 서비스망이 확대돼 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구체적 성과를 바탕으로 94년 12월 메디슨으로부터 독립, 독자 법인을 설립하고 연구개발에 가속도를 붙인 메디다스는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원격진료를 할 수 있는 보급형 PACS&텔레라디올로지시스템과 PACS용 다기능 워크스테이션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웹, 다이콤(DICOM), HTML, JAVA 등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통신프로토콜을 사용, 시스템의 확장 및 개선이 쉬우며 사용자가 병원에 있지 않고 가정이나 이동중 혹은 전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자신의 환자 영상을 쉽게 조회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국내외 학회나 세미나 등에 직접 슬라이드 영상을 가지고 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사무실에 컴퓨터를 접속, 논문을 발표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이들 신제품 개발을 계기로 메디다스는 95년 22억4천만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5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1백억원 매출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매년 배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소기업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환경이 매우 열악한 국내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단 한 번도 은행권 차입을 경험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10억원이었던 납입자본금이 올 초 창업투자사로부터 7배의 프리미엄 증자를 현재 22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짧은 회사 연혁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전체 직원 중 기술직을 포함해 약 50%가 연구직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총 매출액의 12~13%를 R&D에 투자하던 것을 더욱 늘려갈 예정으로 있는 등 이 회사의 독특한 연구 중심 경영방침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회사 조직을 연구개발 체제에 적합하게 팀제로 운영, 모든 직원이 직위가 없이 팀장과 팀원으로만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 회사에는 팀원이라도 팀장보다 직급이 높은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빨라야 한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인데 실제 전 직원이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을 팀장에게 일임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조직 운영에서 나타나는 비인간적인 측면을 예방하기 위해 신뢰와 동료애를 중시하는 한국적 경영도 접목하고 잇다.

또한 메디다스는 지난 22일부터 의사들을 위한 전용 통신서비스인 의료샘(http://www.medikorea.net)을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의료샘은 정보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의사들에게 필요한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의료 및 기타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는 장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일목요연하게 링크해 둔 메디링커, 의료관련 서지목록 데이터베이스 검색 서비스인 메드라인과 자료실, 대화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병원의 보험, 구매 등 업무적 성격의 서비스와 의료분야 DB구축의 정보서비스, 개인 사서함을 이용한 정보제공 등이 가능해져 업무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지식축적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메디다스측은 전망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의사랑 7차 버전과 한의원용 및 치과용 의사랑, 「마이다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최근 미국 동물병원협회에 납품할 동물병원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미국의 RVC사와 합작 조인식을 가진 이 회사는 오래 말이나 내년 초 국내 의료정보 관련 소프트웨어로는 첫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코스닥시장에 등록, 이후 8일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한 이회사는 2000년 기업공개와 매출액 8백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메디다스 김진태 사장

『기업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존재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메디다스는 의료정보화를 통해 공공보건에 공헌할 것입니다.』

서울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김진태 사장이 학위를 포기하면서 메디다스를 창업했던 이유다. 이 결심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의료정보화 사업의 핵심은 고객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병, 의원 정보화사업과 의료영상사업 및 의료정보 서비스사업을 적절히 조화,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신뢰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메디다스의 사업영역은 크게 3부문이다. 병, 의원 정보화사업과 의료영상사업 및 의료정보서비스사업 등이 그것이다.

「의사랑」으로 대표되는 병, 의원 정보화사업은 병원의 모든 업무를 전산화하여 정보화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보급사업으로 현재 이 회사의 주력사업이다.

「미다스」로 대별되는 의료영상사업은 초음파 영상진단기, x선 촬영장치, 내시경,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등에서 나오는 의료영상 자료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사업으로 영상을 입력하고 관리하는 이미지 필링, 입력된 영상을 통신망을 통해 원거리에 전송함으로써 원격진료를 실현하는 텔레메디신, 특수 임상자료와 설명 등이 연계된 자료 등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교육용 CD롬 타이틀 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사업은 병, 의원 정보화사업에 이어 이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비해 이제 초기단계인 의료정보서비스사업은 「의료샘」으로 대별되는데 끊임없이 샘솟는 의료정보의 보고란 의미에서 이같이 부르고 있다. 이 사업은 의료와 관련된 각종 특수정보를 의료인, 의료기기 업체 종사자, 의약품 회사 및기타 관계자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으로 각종 유용한 데이터베이스의 연계나 구축, 의학논문 및 학회정보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용한 정보를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제공하게 된다. 현재는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향후 유료로 전환,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원격의료, 영상처리 및 관리시스템 시장은 영상진단기의 디지털화 및 첨단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데다 현재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보급이 활성화되고 있는 PACS 및 텔레레디올로지시스템과 멀티미디어 산업의 발달 및 PC의 대중화에 힘입어 무한대로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인터넷의 열풍과 함께 웹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 통신환경이 보편화하면서 각종 정보가 통신서비스를 통해 제공될 것이며 이 분야에서 많은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사장은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포화되는 시장」 「일정 고객이 확보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회사 운영이 가능한 시장」 등으로 일컬어지는 의료정보 산업의 특성상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료정보화 및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히는 김 사장은 유망 벤처기업이란 명성에 이어 세계적인 의료정보화 전문업체로 발돋움, 세계 각국의 병원에 메디다스의 제품이 깔리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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