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은 선진국의 40∼60%, 핵심부품 수입의존도는 20%.」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가전제품 생산국인 우리나라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의 현주소다. 세계 일류를 추구하는 전자3사의 기초공사가 허술하기 짝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먼저 전자부품종합연구소(KETI)가 분석한 가전산업 기술력을 보면 컬러TV의 경우 조립기술은 일본에 비해 뒤지지 않지만 핵심부품인 주문형 반도체 기술에선 20% 수준에 불과하고 VCR 핵심부품인 ASIC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로인해 국산 20인치 컬러TV를 수출할때 통상 판매가의 1.3%를 특허료로 외국기업에 지불해야 하며 4헤드 VCR를 1백85달러에 수출할때 이중 6∼8달러가 특허료로 나간다.
관계당국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를 보아도 가전산업 기술력의 허약상을 여실히 드러난다. 컬러TV의 경우 서라운드 집적회로(IC) 등 핵심부품인 IC류의 수입의존도가 90년대 초와 비슷한 7% 선에서 더 내려가지 않고 있으며 VCR는 비디오 IC 등 IC류를 중심으로 주요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20%에 달하고 있다.
비교적 기술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제품도 전자기능을 수행하는 IC류를 비롯한 핵심부품, 소재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기술개발 투자에는 인색한채 당장 판매를 늘리기 위한 광고판촉에 급급하고 있다. 해마다 거듭되는 지적이지만 전자3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5% 안팎에 불과, 일본이나 독일 기업들의 10% 안팎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기술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리딩3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술력으로는 세계 일류 달성은커녕 앞날이 어둡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내부적으로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연구개발 투자액을 책정하는 데는 인색,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기술확보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전 3사중 한 기업이 최근 전사 차원의 핵심기술 개발계획을 수립한 것은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한해 동안 승부사업과 수익사업을 뒷받침하는 기술 10개를 선정하고 곧 마스터플랜을 확정, 2000년까지 자원을 집중해 기술력을 조기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 올해에만 8천억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이 기업이 선정한 개발기술은 대부분 3사를 비롯한 가전업계가 안고 있는 숙원과제들이다. 주요 개발기술 분야의 수준을 보면 데이터 압축 및 복원 기술의 경우 사업측면에서 볼 때 임팩트가 강하지만 현재 기술력은 선진업체의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광픽업과 같은 광기록 및 재생기술은 이보다 더 취약해 일본 소니나 마쓰시타의 70% 수준이다. 멀티미디어 기기의 핵심을 이루는 휴먼인터페이스 기술도 IBM과 같은 선진기업과 비교하면 80% 수준이다. 평판디스플레이 기술분야는 국산화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고 부분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후지쯔, NEC 등 선진기업의 40%에 불과한 아주 취약한 기술이다. 비교적 국산기술력이 외국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냉동, 공조 사이클 기술분야도 마쓰시타와 비교하면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는 국내에서 앞선 기업의 기술력과 비교한 것이어서 가전업계 전체적으로는 핵심기술의 낙후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핵심기술의 확보없이는 선진기업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후발개도국의 추격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가전업계 한 엔지니어의 지적이 새삼 설득력을 더해준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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