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계를 중심으로 PC용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차세대 주력 기간 부품으로 주목되는 거대자기저항(GMR)헤드의 양산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후지쯔 등 일본의 주요 업체들은 최근 잇달아 GMR헤드 양산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채용한 노트북PC용 2.5인치 HDD의 양산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GMR헤드는 기억매체의 자기변화를 헤드측의 저항변화로 읽어내는 자기저항(MR)헤드의 일종으로 대량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감도가 높은 다층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고감도이면서도 평방인치당 10Gb의 기록밀도로 대용량을 달성할 수 있고, GMR막을 사용해 박형화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현행 주력인 MR헤드는 기록밀도가 평방인치당 3Gb가 한계인데다 용량이 커지면 실용기술 개발이 그만큼 더 어려워지고, 투자부담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결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HDD의 대용량화 추세에 대응해 관련업계는 MR헤드의 용량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투자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GMR헤드를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하고 그동안 개발에 힘써왔다.
현재 GMR헤드 양산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세계 최대 노트북PC업체인 도시바. 이미 평방인치당 기록밀도가 5Gb를 넘는 GMR헤드를 시작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5월 말 대형 전자부품업체인 TDK와 공동개발한 양산기술을 채택해 올 가을 2.5인치 HDD를 본격 상품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공동개발한 기술은 저항변화율을 높이기 위해 코발트철을 2층으로 배치한 구조를 채택하고, 내열성을 위해 코발트철 위에 이리듐망간 박막을 형성하는 한편, 헤드를 영구자석으로 끼워 감도를 높이는 동시에 성능의 안전성도 확보하고 있다.
도시바는 TDK로부터 월간 1백만개규모로 GMR헤드를 조달해 우선 오는 9월 용량 3GB의 HDD 생산에 나서고, 내년부터는 전면 GMR헤드로 전환할 방침이다.
히타치는 지난 4월 평방인치당 4-5Gb를 기록할 수 있는 실용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헤드 재료로 코발트철합금과 니켈철로 형성한 두 개의 얇은 자성막 등을 사용하며,박막 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막 두께를 20나노m까지 얇게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히타치는 이 기술을 사용한 GMR헤드를 연내 월간 1백만개규모로 양산개시하고 내년 봄부터는 이 헤드를 사용해 용량 5GB의 2.5인치 HDD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후지쯔도 여러개의 박막을 적층해 헤드의 감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평방인치당 기록밀도 5-10Gb를 실현한 양산기술을 지난 4월 개발하고 현재 양산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도시바 등 일본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올해는 GMR헤드의 양산 원년이 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동시에 이를 탑재한 노트북PC용 HDD도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일본업체들이 GMR헤드의 양산에 서둘러 나서는 데는 노트북PC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점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노트북PC 시장규모는 약 2백50만대로 전년비 52% 증가하고 전체 PC시장에서의 점유율도 42%로 크게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현재 1, 2GB가 주류인 노트북PC HDD 용량은 멀티미디어 등 취급해야 할 데이터량이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6개월에 약 30%씩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행 MR헤드는 앞으로 2년후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업체들로서는 대용량화기술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GMR헤드의 조기생산 추진은 확대되고 있는 노트북PC시장 장악을 위한 사업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그러나 GMR헤드 생산이 HDD뿐아니라 노트북을 비롯한 PC사업략과도 얽혀 있어 그 시기나 전략에서 업체별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후발업체로 소형 HDD분야에서 열세에 처해 있는 히타치는 GMR헤드 양산화를 서둘러 도시바, IBM의 HDD시장 지배력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이를 통해 바닥권에 있는 PC사업도 정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세워놓고 있다. GMR헤드를 사업 반전의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반면 IBM은 올해는 현행 MR헤드의 기술향상을 통해 대용량화에 대응하고 GMR헤드로의 이행은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1평방인치당 기록밀도가 2.6Gb인 MR헤드를 개발, 지난달 용량 5GB의 2.5인치 HDD를 내놓은 IBM은 보다 빠르게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로 GMR헤드로 무장하는 도시바와의 차이를 좁힌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도시바는 장래성 있는 기술을 한발앞서 사용해 2위와의 차이를 더 벌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회사는 2000년 실용화를 목표로 기록밀도 10Gb의 GMR헤드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처럼 업체별로 대용량화 전략에서 다소간 입장차이가 나타나지만 여하튼 이들의 목표가 노트북PC시장 장악이란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 노트P C시장에서는 이젠 HDD의 대용량화 없이는 버텨나가기 어렵다. 대용량화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사업성패가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GMR헤드로의 이행은 따라서 HDD사업뿐아니라 나아가 PC사업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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