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서울시 자동차관리용 주전산기 구매 입찰이 남긴 것

국내외 중대형컴퓨터업체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최근 실시된 서울시 자동차관리용 주전산기 구매 입찰은 LG전자의 국산 주전산기로 결정되면서 그 막을 내렸다.

외산 업체의 파상적인 공세를 이겨내고 국산 주전산기업체인 LG전자가 가까스로 공급권을 획득했으나 이번 서울시 자동차관리용 주전산기 구매 입찰은 국산주전산기업체에게 여러가지 극복해야할 과제를 남겨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정부조달시장개방 조치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 지금까지 국산 주전산기의 독무대였던 정부 및 정부기관의 주전산기 시장에 외산업체가 국산 주전산기업체와 동일한 조건에서 입찰에 참여한 최초의 선례를 남겼다.

IBM을 비롯 10여개 외국 중대형컴퓨터업체들은 직접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국내 주요 시스템통합업체를 내세워 국산 주전산기 시장에 정식으로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것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IBM, HP,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실리콘그래픽스, 디지탈, 데이타제너럴, 시퀀트, 유니시스, 탠덤 등이다.

이처럼 외국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까닭은 이번 입찰이 조달시장 개방 이후 국산 주전산기 시장에서 국내 처음로 실시됐고 6개월 이상의 고가용성(HA)시스템 공급 실적이 있는 업체에게만 입찰 참여 자격이 부여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엄격한 입찰 자격요건으로 인해 국산 주전산기 4사중 LG전자와 현대전자 만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 국산 주전산기 후속모델로 인정받은 「하이서버UX9000」을 갖고 들어온 현대전자의 경우 6개월 이상의 고가용성 운용 실적이 없음에도 불구, 일종의 홍보용으로 참여해 사실상 4개 국산 주전산기업체중 LG전자 만이 실제로 참여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 자동차관리용 주전산기에 연고권(?)이 있었던 LG전자도 당초 고가용성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으나 입찰 일정이 다소 지연돼 가까스로 자격 조건을 맞추었다는 후문이다. 자칫했으면 국산 주전산기 시장에 국산 주전산기업체가 전혀 참여치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비록 LG전자가 공급권을 획득했지만 LG전자는 이번 입찰에서 사상 유례없는 출혈을 감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외국업체의 경우 국산 국산주전산기 시장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저가 투찰을 감행했고 이같은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한 LG전자는 시장 방어 차원에서 손해를 무릅썼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곧이어 있을 경기도 자동차관리용 주전산기입찰에서 외산업체의 진입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주전산기 4사중 어느 한 업체는 또 출혈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 다음은 전남, 경남 순이다. 그렇다고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계속해서 국산 주전산기를 판매할 수는 없는게 국내 주전산기업계의 실정이다.

국산주전산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능대 가격 경쟁력이 외산에 뒤지는 국산 주전산기로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실토하면서 『사용기관이 그동안 축적해온 국산 주전산기업체의 노하우와 응용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솔루션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법 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산 주전산기 사용기관들은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하는 판매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의 개발 만이 국산 주전산기업체가 살아 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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