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재선된 데에는 재임기간중 큰 실정이 없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행운에 힘입은 바 크다는 주장이 있다.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레이건이 재선에 출마할 당시 갑자기 실업률이 낮아져 경기가 호전됐다. 실업률 저하에는 미국 정부의 고용창출 노력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취직 대상자들의 인구가 그 전보다 현저하게 적은 것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사회학자 및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인구분포도에서 밝혀진 이러한 구조는 구인난을 일으켰으며 실업자까지 흡수해 버렸는데 일반인들은 이것을 레이건의 치적으로 보고 표를 몰아주었다는 것이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경기가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건설 수주가 늘어나고 있으며 자동차 수출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우리의 대표적인 산업인 전자분야가 내수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가전, 컴퓨터 등 제품의 수출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경기 저점을 4.4분기로 내다봤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3.4분기로 앞당기는 성급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경기호전은 마치 레이건이 재선된 것처럼 일종의 행운 때문인 것 같은 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국내 경기가 침체된 것은 선진국보다 높은 물가수준,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의 비효율적인 투자 등으로 비롯됐으며 특히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중소기업의 견실한 뒷받침이 부족한 채 재벌 위주의 무기력한 산업 구조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질병은 치유는커녕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한 채 일본 엔화의 강세로 상대적으로 국산제품 경쟁력이 강해져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다양해 외부의 요인에 의해 경기가 호전되는 것을 꼭 불만스럽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종기도 제대로 곪아 터뜨려야 새 살이 잘 돋아나는 법이다. 불황으로 인해 모처럼 산업구조조정 분위기가 잡혀가는 시점에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 이번에도 우리의 고효율, 저비용 구조는 수술대에 올려보기도 전에 퇴원시키는 것이 아닌가 해서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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