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양철학과 교육의 전통을 세운지 2천5백여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사이 인류는 우주선, 생명공학, 레이져, 카오스이론, 인공위성, 수퍼컴퓨터, 인공지능 등 새로운 세계를 위한 요소들을 무수히 만들어 왔다. 이 모든 것이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정작 교육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인다. 2천5백여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학생들을 교실에 들여놓고 미리 처방된 시간에 맞춰 강의하는 권위적 인물을 배치한다. 대학교육이 감옥구조를 닮고 있다고도 볼수있다. 3학점짜리 강의가 밀폐된 공간인 교실 안에서 교조적인 사고의 교수에 의해 진행된다.마치 교육이 형벌과 같다고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밀폐된 문을 열고 자유롭게 평생학습을 추구하도록 석방할 수 있는 기술공학적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
교육과 훈련을 확장시키기 위한 개혁과 개선에의 도전은 그것이 아무리 거창해보이더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적인 교육모델의 제약들을 극복하기 위한 지구적 차원의 교육개혁은 사실상 달착륙을 위한 아폴로 프로젝트,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밋을 결합시킨 것보다 더 거대한 사업일 수 있다. 그러나 전세계 인류의 교육을 위해 활용가능한, 새롭고도 강력한 기술공학들은 그러한 과제가 완수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21세기 이루어질 고등교육의 전환과 재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10단계로 요약해보기로 한다. 이 청사진은 현재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한 전세계 20억의 인구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며 개개인의 학습능력을 살려내고 팀학습과 상호적인 비판적 사고의 힘을 개발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교육을 가능케 할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소모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런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자못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첫째, 규제를 혁파하고 교육에 경쟁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들과 특히 전신교육(tele-education), 사이버공간 상호작용, 평생학습, 적응 또는 실험교육은 좀체로 정상급의 학습본부들로부터 내려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개방대학(Open University)과 인터넷에 기초한 교육프로그램들을 비롯한 새로운 집단들로부터 새로운 학습모델과 패러다임들이 출현하고 있다.
둘째 학습을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팀워크, 비판적 사고, 그리고 계속 학습의 개념들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는 전통적인 교육이 협조적이기 보다는 고립적으로 공부하는 학생 개개인들간의 경쟁을 격려해왔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래교육은 또한 학습방법을 학습하는 것임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셋째는 지구적 차원의 교육체제를 포괄해야 할 것이다. 고대그리스 이래로 인류가 축적해온 정보는 21세기에 이르면 2천만배로 증가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곧 우리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기가 날로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들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면, 당연히 망조직을 활용해야 하며, 이는 대학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미국의 세계공간대학(International Space University)은 전세계적으로 전자적으로 연결된 30개 위성캠퍼스를 확보하고 있다.
넷째 이수학점시간과 학위를 철폐해야 할 것이다. 21세기를 석권할 인공지능, 전문체계, 그리고 날로 커지는 기억은행을 갖춘 훌륭한 기계들은 좀더 엄밀하면서도 도전적인 다학문적 내지 학제적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개혁들은 학술연구 재창설, 실험적 학습 강조, 새로운 교육공학 이용, 『메가훈련』의 위험 인식, 사회적 필요에 적합한 고등교육 체계 구축, 기구적 두뇌시대에 적응 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교실, 교사, 그리고 학생이 갖춰져 있는 건물로 정의되어 온 학교라는 이미지를 차츰 사이버공간교육으로 바꿔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전통을 자랑하는 스탠포드대학이 이미 위성을 통해 미국 전역에 강좌들을 제공하는 전신교육을 시작한 것은 그와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김문환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원장.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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