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에서는 국립대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중요한 협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총장들은 교육 및 연구 교류를 통해 학문발전의 지역균형을 꾀하기 위해 교직원 및 학생교류와 학점 상호인정, 정보 및 자료교환등을 내용으로 하는 「학술교류협정」을 맺었다.
학교간의 교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국내 대학 환경하에서 국립대 총장들의 학술교류 합의는 우리나라 대학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외국처럼 대학간 학점교류를 통해 대학마다 명문학과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를 찬성해 왔다.
그러나 여름방학을 맞은 지금 상황은 당초 약속이 무색할 정도로 후퇴하고 있어 이쉬움을 갖게 하고 있다.
서울대등 10개 국립대가 이번 여름 계절학기부터 시행중인 학생교류제는 수강 가능한 강좌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학생들에게 홍보조차 안돼 극히 부실 하게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시작된 계절학기에 수강신청을 한 다른 국립대 재학생은 모두 50명으로 이들이 신청한 강좌는 79과목이라고 밝혔다.
학교별로는 충북대와 외국어대생이 각각 9명으로 가장 많고 강원대,경북대,전남대,제주대 등이 2~5명수준에 그쳤다.
이는 계절수업을 듣는 서울대생이 1만여명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0.5%에 불과한 것이다.
또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서울대생도 경북대, 부산대 등 6개 대학에 17명 24개 과목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학생교류 실적이 저조한 것은 각 대학이 타교생들에게 개방한 과목이 개론이나 원론 등 일부 교양강좌에 그쳐 심도있는 전공 수업을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또 계절학기에 대한 대학들의 홍보부족으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계절학기가 개설돼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특히 충북대 등은 아직까지도 관련 규정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수강신청 기간도 학교마다 제각각 정하는 등 대학 당국의 「무관심」도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서울대의 한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여서 대학마다 관련 규정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간 실질적인 교류가 이뤄지기 위해 서는 원론과 개론과목이 아닌 전공과목이 개설되어야 하며 그에따른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보다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간 학점교류는 대학간 우열이라는 교육적 기현상에서 벗어나 명문대학에서 명문학과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란 점에서 대학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교육부의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양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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