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업체중 세진컴퓨터만큼 화제를 몰고 다니는 기업은 없다. 부산에서 출발, 서울 입성 2년만에 외형 규모가 5천6백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업체로 성장, 재벌그룹사가 즐비한 PC시장에서 톱3위에 랭크됐다.
세상을 놀라게 할만큼 저돌적인 광고 공세와 유통점 확대 정책을 기반으로한 성장 드라이브가 돌풍을 일으킨 결과이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은 결국 경영주를 바꾸어 놓았고 업계의 풍운아로 불리는 한상수 전사장도 뒷전으로 물러났다.
지난 2월25일 「말많고 탈많은」 세진호의 새로운 선장으로 선임된 이군희 사장은 조직 개편과 경영 정상화 작업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대우통신에서 컴퓨터의 생산과 영업업무를 10여년 이상 수행했고 세진에 합류해서는 재경담당 임원을 역임, 좌초 직전의 세진호를 순항시키는 적임자로 발탁됐다.
이 사장이 세진의 경영을 맡으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기업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었다. 그는 『막상 세진을 지휘하려 하니 직원들이 기존의 관행에 너무 물들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그간에는 톱 매니지먼트에서 세진의 모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 맨 하층부까지 이를 지시하고 직원들은 수동적으로 지시를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판매 역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기업문화를 파는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기업 문화를 바꾸는데 맨먼저 착수했다.
그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창의적 의견을 존중하고 또 그들의 의사가 상층부에 전달돼 적절한 정책결정을 도출해 내면서 세진 전체의 컨센서스를 이루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의 자발적 참여의식과 이에 따른 일등정신을 조화시켜 새로운 세진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설득이 주효했다』고 자평한다.
그는 이를 통해 한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라는 세진의 캐치프레이즈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구체적 대안의 하나로 인사고과를 실시했다. 세진 창사 이래 기준안을 갖고 직원 개개인의 인사고과를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이에 따른 인사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간 세진에서는 이런 것이 도외시됐다고 한다.
실제로 세진 직원들이 술자리에서 토로하는 불만중 하나가 원칙 없는 인사 파행이었다. 과거에는 경영자의 눈에 들면 과장이 어느날 갑자기 이사가 되기도 하고 이사가 과장으로 강등 발령되기도 했다. 자연히 직원들은 신분상의 불안정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고 불만요소로 작용했다. 이 사장은 이런 문제를 원천봉쇄하자는 것이다.
그의 이런 노력이 먹혀들어갔는지 이 사장은 취임초 닥친 최대위기를 무리없이 넘겼다. 바로 노사문제이다. 세진이 어렵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고 사내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떠돌자 직원들은 전격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마침 경영권 변동과 맞물리면서 노사문제는 태풍의 핵이었다. 이 사장은 자신의 지론과 향후 경영방침을 설명하고 노조도 이에 화답, 최근 임단협 협상을 무사히 마쳤다.
이 사장은 『지난해의 적자가 워낙 커 단기간에 이를 정상화하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부터는 흑자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만한 조직을 수술, 하드웨어에서는 손을 떼고 애프터서비스 부문을 독립법인화했다』고 설명했다. 세진이 독립시킨 애프터서비스법인은 세진은 물론 기존 외국산 컴퓨터의 AS도 담당하는 매머드 전문업체이다. 인력만 해도 1천명 이상이 된다. 물론 기존 세진의 인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는 이와 함께 『개인 유저만 상대하던 개념에서 탈피해 행망용 제품과 기업 등 법인, SOHO 영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또 미래의 잠재고객인 학생들을 겨냥해 학교 정보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교 정보화사업은 세진의 새로운 야심작으로 꼽히는데 약 1억6천만원 상당의 컴퓨터 교육기자재를 각급학교에 기증하고 세진의 전문인력이 교육을 맡는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세진의 경쟁력과 관련, 『우리의 경쟁상대는 국내기업이 아니라 해외 유수의 전문 유통점입니다.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그들이 조만간 대거 몰려올텐데 이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은 당연히 세진의 몫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 유통업체들을 검토한 결과 기존의 세진 매장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 사장은 『선진업체의 경우 취급 제품이 5천∼6천건 정도인데 반해 현재의 세진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고 『우선 제품 라인업을 강화, 5천건 이상의 물건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또 『매장의 레이아웃도 공간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바꾸어 지금은 같은 넓이에서 최대 2배 이상의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며 『일단 매장을 찾아온 소비자들은 변화된 세진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제의 광고물량에 대해 『지난해 약 4백억원 가량을 광고비로 집행했습니다. 올해에는 1백80억원 정도를 예상합니다. 선진업체의 외형대비 광고율 수준에 맞춘 것이지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광고가 줄었다는 생각은 못할 것입니다. 동일시간대에 무차별로 집행하던 과거의 전략에서 이제는 매체와 시간을 차별화, 소비자들의 체감지수는 고스란히 유지하는 전략으로 바꾸었다』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유일한 취미가 등산이지만 최근에는 세븐 투 일레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즐기지는 못한다고 한다.
<이택기자>
이군희 사장 약력
.1950년 출생
.1973년 숭실대 법경대 졸업
.1977년 대우중공업 근무
.1986년 대우통신 생산기획, 국내영업본부 담당
.1996년 세진컴퓨터랜드 재경담당이사
.1997년∼현재 세진컴퓨터랜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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