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블록버스터

「쥐라기공원2」 「콘 에어」 「헤라클라스」 「맨 인 블랙」 「스피드 2」 「베트맨 앤 로빈」 「제5원소」.

지난 14일 올 여름 최고 흥행실적을 노리는 「쥐라기공원2」가 개봉된 것을 시작으로 할리우드 액션대작들의 본격적인 여름 대공세가 시작됐다. 올 여름 극장가도 어김없이 특수효과로 포장된 할리우드 흥행대작들로 메울 모양이다. 그 작품수가 영화명을 다 외우지 못할 정도로 많다.

지난 한해에도 「흥행 베스트 10」 가운데 8편이 외국영화였고 그 가운데 6편이 이른바 여름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의 「블록버스터」(흥행수입 1억달러 이상의 대작)였다. 올 여름에는 무려 10편 안팎의 할리우드 흥행대작들이 국내 극장가를 맹폭할 기세여서 충무로의 여름은 유난히 뜨겁고 길 것으로 전망된다.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의 「여름공세」가 시작되면 우리 영화계는 으레 「개점휴업」 상태로 들어간다. 극장가에서 맞붙어 봤자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극장주들은 블록버스터를 확보하느라 비굴할 정도로 메이저 배급사의 눈치를 본다.

지난 5월 극장가에 10여편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던 우리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비트」도 쥐라기공원이 상륙하기 전날인 13일 종료했다. 기존에 선보인 우리영화의 조기종영과 함께 「현상수배」 「백수스토리」 「1818」 등 이미 제작완료된 우리 영화들도 할리우드 흥행대작에 밀려 여름시즌에 빛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황신혜 주연의 포르노그라피 「산부인과」만이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예술성 있는 제3국 영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메이저 배급사가 여름을 겨냥하여 내놓은 블록버스터의 돌풍에 휘말려 상영관을 아예 찾지 못하거나 흥행실패를 우려해 개봉시기를 한참 미뤄놓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메이저 배급사들은 더욱 활개를 친다.

이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걸기 위해 우리 영화나 상업성이 뒤지는 외화를 서둘러 내리거나 개봉을 늦추는 일은 극장가의 관행이 돼버린 듯하다. 그러나 여름 극장가를 고스란히 내주고 있는 현실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 즉 「문화잠식」이라는 측면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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