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85)

은옥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보조로켓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분명 위성은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것이었다. 연료가 다 소모된 로켓일지라도 그 무게 때문에 분리되지 않은 채 항진을 계속했다면 위성의 궤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었다.

보조로켓 미분리에도 불구하고 궤도유도 시스템에 의한 데이터로는 적정궤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옥은 나쁜 예감이 자꾸만 들었다.

독수리.

독수리가 은옥의 가슴을 헤집을 듯 다가서고 있었다.

데이터의 분석결과가 차츰차츰 불길한 예감이 실증적으로 나타났다. 할당된 시간보다 실제 로켓 연소시간이 연장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보조로켓 하나를 더 달고 항진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궤도유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궤도유도 시스템은 위성의 궤도를 스스로 찾아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1호 위성의 마지막 목표궤도 진입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아무리 유도를 잘해주어도 한정되어 있는 연료의 절대량은 늘어날 수가 없었다. 위성체의 궤도를 수정한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위성의 수명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로켓에서 분리된 위성체는 이제 위성체 내부에 실장된 자체 연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최종 궤도 데이터가 통제소 스크린에 나타났다.

그것은 불길한 예감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었다.

위성체의 원지점 고도가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값이었다. 보조로켓을 달고 항진을 계속한 로켓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제 위치보다 한참 아래의 위치에 머물고 만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에 나타난 위성체 궤도의 위치는 위성체가 원지점에 도달하여 측정한 것이 아니고 로켓에서 위성이 분리될 때 자기의 위치와 속도를 감안하여 예측한 값이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미련을 가질 수 있는 데이터였다.

위성체의 최종적인 궤도 데이터는 전세계에 위치한 위성관측소에서 실측한 값을 근거로 산출하는 것으로, 최소한 이틀 후에나 결과를 얻게 되어 있었다. 이 실측에 의거한 정확한 값이 나올 때까지의 궤도 데이터에 관한 공식발표는 유보되었다.

이미 통제소 밖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었다.

상황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독수리. 은옥은 6번 보조로켓에 갈아 끼웠던 칩에 새겨진 독수리를 보았다. 금방이라도 날아올라 은옥의 가슴을 헤집을 것 같은 독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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