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막 내린 「아시아텔레콤 97」 (중)

『CDMA와 GSM사이의 전쟁은 어느 편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

GSM진영에서 볼 때 이같은 물음은 그동안 가당치도 않은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현재의 시점은 이같은 물음에 대해 어느 쪽도 완전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아시아텔레콤 97은 GSM(TDMA)과 CDMA간의 승부가 이제 본격적인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CDMA진영은 이제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아시아텔레콤97 전시장에 CDMA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은 한국의 삼성전자, LG정보통신 외에도 美 퀄컴, 인터디지털, 日 NTT도코모 등 5개사 정도에 불과했지만 노텔, 루슨트테크놀러지, 모토롤러 등 대부분의 거대 통신장비업체들이 GSM과 CDMA를 양립시키는 태도를 취했다.

특히 에릭슨, 노키아 등 GSM천하통일의 선봉장 역할을 해 온 유럽의 통신장비업체들 조차 CDMA시대를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키아는 올 가을에 CDMA장비 및 단말기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으며 에릭슨은 노키아와 함께 광대역 통신 시장에서는 CDMA를 채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셀룰러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CDMA가 GSM을 추월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양키그룹은 양진영의 격전지가 되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셀룰러 이동전화시장에서 2006년경 GSM이 60%(97년 24%), CDMA가 20%(97년 4%)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지 아직 실험단계의 기술로 취급받아온 CDMA가 이제는 어엿한 상용기술로 GSM의 견제세력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큰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광대역 CDMA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광대역 무선가입자망(B-WLL) 등 21세기 통신시장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퀄컴社에 따르면 CDMA기술을 기반으로 한 셀룰러, PCS, WLL 가입자가 전세계적으로 올해말 1천2백20만명에서 2010년 경에는 13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셀룰러나 PCS보다는 WLL가입자가 5억3천만명으로 CDMA기술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CDMA진영의 약진이 예상됨에 따라 CDMA관련기기를 반도체에 이은 제2의 수출전략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욕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정부 및 기업의 활동무대 또한 당연히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GSM과 CDMA사이의 전쟁이라는 1라운드를 넘어서면 「CDMA시장 내에서의 전쟁」이라는 제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으며 한국기업이 이 전쟁에서 어느정도 전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는 제2라운드 CDMA전쟁의 서막을 알린 아시아텔레콤 97에서 한국기업은 벌써부터 주도권을 빼앗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시아텔레콤97에서 에릭슨과 노키아가 공동으로 『NTT도코모의 광대역CDMA기술을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하자 CDMA진영 내에서의 전쟁은 단숨에 북미(퀄컴,루슨트,노텔,모토롤러) 대 일본, 유럽연합의 싸움으로 좁혀져 버린 형태를 띠었으며 한국기업들의 명함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CDMA셀룰러 이동전화 가입자 수에 있어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도 세계무대에서 보면 통신강국들이 탐내는 유망한 시장의 하나일 뿐이다.

LG정보통신, 삼성전자 등 국내 통신장비업계의 대표주자들이나 CDMA상용화의 주역인 SK텔레콤이 CDMA를 제2의 수출주력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욕을 실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자화자찬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이 이번 전시회를 참관한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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