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반시장을 놓고 폴리그램, EMI 두 대형 음반직배사간의 순위타툼이 치열하다.
지난해까지 국내 음반시장에서는 클래식부문에서 강세를 보인 폴리그램이 주도권을 행사해 왔으나 지난 1, 4분기 동안 기획시리즈의 히트에 힘입어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EMI가 폴리그램을 따돌리고 수위자리에 올라섬으로써 올들어 두 음반직배사간의 판매순위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설립 첫 해인 지난 90년부터 매년 평균 15%가량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한 폴리그램은 지난해 2백60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 BMG, 소니뮤직, EMI 등 후발직배사그룹과 1백억원 가량의 매출격차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들어 이러한 분위기가 크게 반전돼 줄곧 2위그룹에서 머물고 있던 EMI가 크게 도약, 시장점유율에서 폴리그램을 앞서기 시작했다.
올 1, 4분기 두 직배사의 음반판매실적을 보면 전체 음반판매수 5백10여만장(카세트테이프 2백70만여장, CD 2백30만여장) 가운데 EMI가 1백60여만장(카세트테이프 96만여장, CD 64만여장)을 팔아 31%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반면 폴리그램은 1백20여만장(카세트테이프 54만여장, CD 66만여장) 판매에 그쳐 24%가량의 점유율을 유지, 2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EMI가 국내 음반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기획력과 국내 경기하강과 더불어 음반경기침체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EMI는 「메가히트 시리즈」 「러브 올 웨이즈 시리즈」 등 자체 기획한 편집앨범들을 출시, 20여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들 편집앨범은 미국 빌보드 차트순위 40위 안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대부분 국내 및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이와 함께 EMI는 음반시장 경기가 침체되고 국내외적으로 대형가수가 없을 경우 소비자들의 음반구입패턴이 단일가수의 단일앨범보다는 편집앨범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 이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으로 판매확대에 성공했다. 또한 폴리그램이 강세를 보여온 클래식 음반시장에서 EMI가 워너뮤직 등과 함께 국내 소비자취향에 맞는 클래식 편집앨범을 기획, 폴리그램에 육박하는 판매실적을 거둔 점도 EMI가 약진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반해 폴리그램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노사관계 문제로 일부 인력이 경쟁사로 이동하는 등 조직력이 크게 이완돼 상대적으로 국내음반시장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순위경쟁이 밀려난 이유중 하나로 설명되고 있다.
이에 대해 폴리그램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인 문제로 국내음반시장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EMI가 시장점유율에 앞선 것은 불과 최근 2,3개월이고 대부분 편집앨범판매에 힘입은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폴리그램측은 『장기적으로 음반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음반을 구비해 소비자를 이끌어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면서 『이 점에서 타사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곧 반전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음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음반직배사간의 순위경쟁은 EMI 등이 기획했거나 기획하고 있는 편집앨범이 지속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EMI와 폴리그램간에 1위자리 고수 및 탈환을 위한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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