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TFT LCD사업 밀어붙이기... 업계 관심 고조

현대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사업에서도 특유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를 시작했다.

현대전자는 최근 99년까지 TFT LCD사업에 총 1조3천억원을 투자해 기존 1기라인 외에 2기, 3기, 4기라인을 연차적으로 도입, 오는 2000년까지 세계시장의 8%를 점유하는 굴지의 메이커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는 경기도 이천본사 내의 TFT LCD 제1공장에 2세대인 3백70×4백70㎜ 규격의 1기라인을 작년 말 가동한 데 이어 올 연말에는 이 공장에 3세대인 5백50×6백50㎜ 규격의 2기라인을 추가 도입,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간 제2공장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3.5세대인 6백×7백20㎜ 규격의 3기라인을 내년 초까지 도입하고 4기라인도 99년까지 2공장 내에 들여놓을 계획이다. 4기라인은 아직 규격을 정하지 않았지만 3.5세대인 3기라인보다 발전된 4세대 설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과 LG 등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의 이같은 움직임에 우려와 놀라움, 환영과 경계가 뒤섞인 복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LG는 우선 『유리기판 투입량이 월 1만2천장에 불과한 2세대 설비를 가동한 지 6개월밖에 안된 현대가 공정기술과 수율이 경쟁력의 관건인 TFT LCD 생산라인을 해마다 세대교체해가며 도입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라며 우려와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6개월간 라인을 가동하면서 공정기술과 수율안정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고, TFT LCD사업을 제대로 해나가려면 무엇보다 판매망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작년 10월 1기라인의 가동을 시작한 이래 물량부족 때문에 심한 갈증을 느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라인의 수율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있지만 TFT LCD 패널 생산량이 월 1만여개에 지나지 않아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할 수가 없으며 공급부족 호기를 맞고도 생산능력이 달려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입장이다.

현대는 또 지난 92년 국내업계 최초로 미국에 이미지퀘스트테크놀로지(IQT)라는 TFT LCD 전문 자회사를 설립, 운영해오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투자전략이 결코 무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IQT는 그동안 군사용 패널 생산에 주력해왔지만 대면적 패널의 기술을 꾸준히 개발, 축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과 LG가 그러면서도 현대의 돌진을 환영하는 것은 일본업계의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세계 TFT LCD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업계는 삼성과 LG의 비약적인 발전에 긴장, 보이지 않는 견제를 하고 있지만 그간 현대의 힘이 너무 미약해 지원을 얻을 수 없었는데 대대적인 증설이 이루어지면 견제를 뚫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사는 기존 2세대에 이어 3세대, 3.5세대, 4세대 라인을 연차적으로 도입하는 현대의 겁없는 돌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의 저돌적인 투자가 계획대로 실행되는 날에는 LG의 생산능력을 추월하고 가장 앞서 있는 삼성마저도 위협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의 불도저식 경영이 국내 TFT LCD 3사간에 어떠한 경쟁과 협력관계를 형성시키고 나아가 산업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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