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망 가전제품으로 손꼽히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미국시장에는 한국, 일본 및 현지업체들이 DVD 플레이어를 속속 출시하고 있는데 이들 제품의 초기가격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어 향후 시장판도 및 하드웨어업체들의 사업전략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미국시장에 출시된 DVD 가격대(소비자가 기준)를 보면 소니가9백99달러, 마쓰시타 7백49달러, 파이어니어 6백99달러, 파나소닉과 파나소닉으로부터 OEM공급을 받고 있는 톰슨(RCA)이 각각 5백99달러, 7백49달러 2개 모델을 선보였고 삼성전자도 현지판매가를 7백49달러로 책정했다.
이같은 가격대는 제품별로 등급을 감안하더라도 70년대 중반에 VCR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초기가격대가 평균 1천달러를 상회했고 현재도 최고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 VHS VCR의 가격이 4백∼5백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신개념제품 치고는 초기가격이 파격적으로 낮게 설정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신개념제품이 초기에 고소득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높게 책정되었다가 보급이 확대되면서 점차 가격이 낮아지는 전통적인 가격사이클이 DVD 플레이어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업체들이 이처럼 DVD 플레이어의 초기가격을 낮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업체간 시장 선점경쟁이 치열하고 유통업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영화업계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 세계 최초로 DVD 플레이어를 일본에서 7만7천엔에 출시한 데 이어 미국 현지 판매가격을 4백99달러로 설정한 도시바는 경쟁업체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데 이것 역시 도시바측의 소프트웨어사업 파트너인 미국 타임워너사가 타이틀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DVD 플레이어 가격이 5백달러 이하로 설정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프트웨어업계의 요구와 함께 DVD 플레이어 생산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기존 제품에 채용되고 있는 10개 안팎의 핵심 칩세트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가속되면서 빠르면 올 연말께 3백달러대의 DVD 플레이어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또 상당수의 미국현지 가전 및 유통업체들이 타이틀 출시가 활발해지는 추세를 보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DVD 플레이어를 조달해 이 시장에 가세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업체간 치열한 가격경쟁을 유발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막대한 개발비와 설비투자를 한 한국과 일본의 가전업체들이 최소한 미국 DVD시장에서 하드웨어만으로는 기대했던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특히 일본의 도시바, 소니, 마쓰시타가 각각 타임워너, 소니픽처, MGM 등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DVD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반면 이러한 협력기반이 부족한 한국업체들의 수익전망은 장기적으로 볼 때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현재까지 핵심 칩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고 DVD 플레이어에 대한 특허료가 10% 안팎으로 예상되는 점은 한국 가전업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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